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새해 첫 날 중국 증시 폭락이 충격을 준 데 이어 미국 증시의 변동성도 확대되는 추세다. 내부적으로는 비관적인 4분기 실적시즌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잠재된 가운데 국내 증시가 당분간 ‘바닥 다지기’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장 첫날(4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는 3.4%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코스피는 0.3% 올랐다. 상대적으로 대외 이슈에 덜 민감한 코스닥 지수도 1.1% 하락해 침체된 증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중국 증시 폭락이 올해 초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을 이끌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지속 중인 국제 유가의 급락세도 증시 안정의 걸림돌이 되는 모습이다.
미국 증시도 올해 들어 수직 낙하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유동성에서 펀더멘털로 바뀐 가운데 지난달 ISM제조업 지수가 부진한 수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감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잠정치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촉발된 어닝시즌 관련 우려가 잠재돼있다.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속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달 대비 3% 하향됐다. 통상 4분기 국내 기업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16% 가량 밑도는 계절성이 있기 때문에 실적 모멘텀에 따른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은 시점에서 국내 증시의 리스크 지표도 높아졌다. 하나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11%로, 지난 2010년 주요국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국면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증시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 중인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바닥 다지기’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하방 경직성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하방 경직성에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구간”이라며 “정황을 고려할 때 코스피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1880~1890선을 하단으로 단기 저점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안 시장을 흔들었던 악재가 지수에 충분히 반영됐고, 기관 수급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 증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 물량의 단기 매물 소화과정이 이달 옵션 만기일을 전후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수 하락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관의 수급 모멘텀 강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시점을 ‘비중 확대’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장기 박스권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며 “현 주가 수준은 단기 위험 상승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위기 중에 찾아올 수 있는 반등 국면을 수익률 제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