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증시호황..'머니무브'는 어디에?

"시중銀 정기예금 마케팅 성공" vs. "증시폭락 학습효과"
예금금리 추가상승 가능성.."단기운용이 유리"

입력 : 2009-08-25 오후 2:58:04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탄력을 받을 때마다 나타났던 '머니무브' 현상이 사라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들이 잇달아 내놓은 고금리 정기예금이 시중자금을 끌어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서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한 투자자들이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은행예금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5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번달 19일 현재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602조3735억원으로 7월 말에 비해 10조2150억원 증가했다. 7월 한달간 저축성예금 잔액은 2조143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일간 나타난 증가폭이 지난 한달 동안 증가한 금액의 5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3일 1564.98로 마감됐던 코스피지수는 10일 1576.11, 20일 1576.39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했다. 이 기간동안 잠시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24일에는 1612.22로 마감하며 오랜만에 16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통상 증시가 활황를 보일 때는 시중자금이 주식시장 쪽으로 쏠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판매한 고금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도 머니무브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지목됐었다.
 
지난 1년간 6~7%대의 높은 이자수입을 올렸던 예금주 입장에서 현재 은행들이 제시하는 연 3~4% 가량의 예금금리는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최근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지급결제 기능이 추가되고, 1년 만기 정기예금 만기가 가까워지자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고객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왔다.
 
지난 6월 CMA 지급결제 서비스 개시에 맞춰 시중은행들은 연 4%가량의 금리를 지급하는 고금리 월급통장을 잇달아 출시한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는 다양한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으며 자금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고 연 4.83%의 금리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토지보상(공탁금)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토지보상금, 공탁금 등 거액을 한번에 받는 고객들에게 금리혜택과 함께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자전거를 타는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자전거정기예금'을 내놨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자전거보험에 가입돼 자전거를 이용하다 다쳤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본금리는 연 3.7%로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대 연 4.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 역시 이달 말까지 연 4.0% 금리를 제공하는 '녹색성장예금'을 판매하고 있고, 한국씨티은행은 2년 만기는 연 5.0%, 3년 만기는 연 5.5%의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장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지난해 증시폭락 사태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은행에 돈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 불안감이 남아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짧은 기간동안 은행에 돈을 맡겨놓을 요량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가하고 있는 정기예금의 경우 만기가 매우 짧다"며 "시장상황이나 여러가지 여건이 조금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저축성예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만큼, 예금금리가 더욱 올라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추후 시장상황을 고려해 '갈아타기'를 시도하려면 만기가 짧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시작하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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