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공터에 천막을 짓고 출근시간 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노동가요 등을 틀거나 선전물을 나눠주는 정도의 농성을 했다면 79일이라는 장기간 동안 농성이 이어졌더라도 회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금속노조 A사 지회장 최모(42)씨와 금속노조 대구지부장 윤모(5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최씨는 A사가 노조와의 단체협약안을 개정하려 하자 이에 반발해 2013년 3월 천막농성을 공고하고 이를 중단하라는 A사 인사총무팀장의 구두통보를 무시한 채 79일간 장기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에는 윤씨도 참가했다.
최씨는 회사본관 종합 사무실 앞 공간에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현수막을 내건 뒤 출근시간 전과, 점심시간에 각각 30분간 회사 정문 앞이나 천막에서 스피커를 통해 노동가요를 틀거나 확성기로 구호를 외쳤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A사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어서 적법 절차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면서 천막농성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농성 중단을 지시했고, 이에 불응하자 결국 최씨와 윤씨는 업무방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최씨의 건조물침입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최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윤씨에게는 벌금 15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천막 설치 위치와 농성시간, 방법 등에 비춰볼 때 최씨 등의 집회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회사에 줬다고 볼 수 없고, 윤씨 역시 노조활동을 위해 A사의 허락을 받아 전부터 수시로 출입해 온 것을 보면 건조물침입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