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언다고 가만히 두고 보다간 골든타임은 물 건너갑니다.”
21일 오전 9시30분경,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 소속 소방정 701호가 커다란 엔진음을 내며 시동을 걸었다.
비록 한파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최저 기온 영하 10도 강추위에 초속 2m/s를 넘나드는 강바람까지 더해져 이날 한강은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결빙됐다.
이 시각 특별한 구조요청은 없었지만, 구조대원들은 얼음과 싸우기 위해 소방정 701호, 고속 구조정 704호를 타고 결빙된 한강 한가운데로 향했다.
겨울철 한강이 얼 경우 얼음 두께로 인해 해상 출동로가 막히기 때문에 얼음이 두꺼워지기 전에 얼음 분쇄작업으로 출동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강이 완전히 얼어 육상으로 수난구조에 나설 경우 썰매 등을 이용하더라도 해상 출동보다 2배 가량 출동시간이 걸려 수난사고 골든타임 4분을 지키기 어렵다.
이내 한강 한가운데로 접어든 701호는 서강대교를 지나 약 10노트(18.52㎞/h)까지 속도를 올리더니 마포대교·원효대교를 거쳐 한강철교에서 뱃머리를 돌려 다시 여의도수난구조대로 향했다.
강철로 만들어져 46t의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는 701호가 앞에서 대형 얼음을 깨부수면, 알루미늄 재질로 된 704호는 날렵하게 뒤를 따르며 해상상황을 점검했다.
이러한 얼음 분쇄 작업은 한강 얼음이 2㎝ 이상 얼 때마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로, 이 덕분에 여의도수난구조대는 이달 20차례 출동해 단 한 명의 사망자도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오후 10시30분경에도 한 20대 여성이 마포대교 생명의 전화를 통해 투신 시도를 알렸지만, 신속한 해상출동으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강병식 여의도수난구조대 여의도2팀장은 “여름철보다 발생 건수는 많지 않지만, 겨울철에는 추위와 결빙 등의 위험요소가 있다”며 “얼음 분쇄 작업으로 골든타임을 확보,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희생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수난구조대 소속 소방정 701호와 고속 구조정 704호가 21일 서강대교 남단에서 얼음 분쇄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