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몰카'…노출부위 아니라면 성폭력처벌법 위반 아니야

대법원 "부적절하지만 성적수치심 유발 인정 안돼"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 보호 등 논란 예상

입력 : 2016-01-24 오전 9:00:00
엘리베이터에 단 둘이 탄 상태에서 여성의 몸 부위를 몰래 촬영했더라도 얼굴을 제외한 여성의 노출 없는 몸 부위를 촬영한 것이라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밀폐된 공간에서 피해 여성의 의사에 반해 사진을 찍었고 피해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확정적으로 판단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르는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기소된 윤모(3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찍은 사진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만이 있을 때 몰래 촬영된 것이기는 하나 피고인은 엘리베이터 한쪽 구석에서 반대편 구석에 있는 피해자를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또 “얼굴 부위를 제외한 상반신 전체가 촬영됐고 특별히 가슴 부위를 강조하거나 가슴의 윤곽선이 드러나 있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를 넘어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모르게 이뤄진 촬영 경위나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경찰에 신고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신문기자 유씨는 2014년 4월28일 오후 22시48분쯤 동대문의 한 아파트 부근에서 무용강사 A씨(22세)를 발견하고 뒤따라 가다가 A씨가 탄 엘리베이테어 따라탄 뒤 A씨의 몸을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몰래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검은색 레깅스를 입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회색 긴 티셔츠 위에 모자가 달린 회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목 윗부분과 손을 제외하고는 외부로 노출된 신체부위는 없었으며 윤씨는 얼굴 부위를 제외한 상반신 부분을 촬영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성적 수치심을 느꼈으나 엘리베이터에 윤씨와 단 둘이 있었기 때문에 무서워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다가 다음날 엘리베이터 CCTV를 확인한 뒤 신고해 경찰이 윤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A씨 외에도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스키니진이나 스타킹을 착용하고 앉아 있는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49회에 걸쳐 거리를 두고 몰래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윤씨는 수사 단계에서 “A씨가 마음에 들어 따라갔다가 동영상을 찍은 것이고 다른 사진들도 평소 운동화와 구두 등 패션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찍은 것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피고인이 특이한 성적 취향 때문에 이런 사진을 촬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지만 사진 촬영부위가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A씨의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관적 감정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해자 A씨를 촬영한 사진 부위가 가슴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 부위이나 노출된 부분이 없어 고도로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부위로 보기는 어렵지만 엘리베이터까지 쫓다가 촬영한 피고인의 의도, A씨가 느낀 성적 수치심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며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했다. 이에 윤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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