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필름의 양대산맥 중 후지필름은 남았지만 코닥은 사라졌다. 어느 덧 82주년을 맞은 후지필름은 그냥 그렇게 살아남은 게 아니라 최대 이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후지필름은 지난 1934년 일본에서 최초의 영화용 필름을 만든 후 고감도 필름, 일회용 카메라, 즉석카메라인 인스탁스 등을 선보였다. 2000년을 기점으로 필름 수요는 급감했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도 2008년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가 기본으로 탑재되면서 굳이 카메라를 들고 다닐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다 토시히다 대표는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스마트폰이 카메라 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분석이 일부는 맞다고 보지만 근본적으로는 매력적인 카메라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스마트폰을 뛰어 넘는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다 토시히사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사장이 X시리즈 5주년 성과에 대해 발표 하고 있다. 사진/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이에 후지필름은 2011년 APS-C 사이즈 센서를 탑재한 하이엔드 콤팩트 X100을 시작으로 지난해 X-T1까지 총 18종의 제품을 개발·출시했다. 2011년 3월 X시리즈 출시와 함께 한국에 후지필름의 한국 법인인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코리아도 설립됐다.
임훈 부사장은 "입사 제의를 받았던 때 'X10'을 론칭했는데 '내가 소비자라면 살까' 고민했다"면서 "자신있게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X10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국가 중 하나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년 새로운 모델을 론칭할 때마다 자식을 낳는 기분이 든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덕에 한국 법인은 지난 5년간 매출이 3배 향상했다. 비법은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후지필름은 일찌감치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물러났다. 임 부사장은 " 국내 시장에서 디지털일안반사식(DSLR)과 미러리스 시장에서 캐논과 소니가 각각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구조는 없다"고 진단했다.
1위 사업자가 사업자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타사처럼 카메라를 가격대별로 나눠 라인업을 형성하지 않는 대신 유저와 촬영목적에 따라 구분해 라인업을 구축했다. 망원까지 커버할 수 있는 T시리즈와 인물 촬영에 적합한 PRO, E시리즈, 셀피에 적합한 콤팩트 등 세 제품군으로 운용 중이다.
이같은 전략은 통했다. 후지필름에 따르면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2000억엔의 실적을 달성했다. 2015 회계연도에도 이와 비슷한 실적으로 기록할 것으로 회사는 추정하고 있다.
카메라 업계에 위협이 되는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후지필름은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훈 부사장은 "매년 스마트폰 영향으로 카메라 시장이 20~30%씩 줄고 있는데 카메라 업체로서 개선할 수 있는 부문이 아니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올해가 카메라 시장 정체의 정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과거 카메라를 가진 사람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면 스마트폰을 지닌 모든 사람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면서 "스마트폰은 카메라 유저를 넓혀줬고, 고품질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줬다"고 판단했다.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는 26일 X시리즈 5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센서와 프로세서를 탑재한 최상위급 플래그십 카메라 X-Pro2를 비롯해 X-E2S, X70, XF100-400mmF4.5-5.6 R LM OIS WR 등을 공개했다. 사진/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올해는 최상위 기종인 'X-PRO2' 등 프리미엄 하이엔드 라인업을 필두로 사진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후지필름은 올해도 프리미엄급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카메라 시장 축소 흐름에도 고급 기종은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후지필름은 전문가 그룹을 비롯한 하이 아마추어 이상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제품 공급을 통해 프리미엄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의 메인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임 부사장은 "DSLR에 주력하는 캐논과 니콘이 미러리스 카메라에 수요를 분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미러리스 고성능 시장은 소니와 후지필름이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케팅도 강화한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게 목표다. 지난해 전국 주요 광역시로 확장한 '후지필름 체험존'에 이어 올해 사진 애호가를 위한 '사진문화 공간'을 새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후지필름 X시리즈로 사진 작업을 펼치는 X포토그래퍼스 협업 강화, 사진 전문가와 함께하는 포토워크 및 세미나, 소비자 프로그램 확대 등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