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시아 증시를 덮친 ‘검은 금요일’의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의 앞길이 어두워졌다. 대외 불확실성과 투자 심리 위축 탓에 추가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망 대응’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추격 매도’와 ‘저점 매수’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26포인트(1.41%) 하락한 1835.2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39.24포인트(6.06%) 내린 608.45로 마감됐다. 장 중 8% 넘게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에 따른 충격을 막기 위해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조치)가 발동하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전 거래일 보다 4.8% 급락한 1만4952.61,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가 1.99% 내린 7505.37로 마감되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오는 15일 중국 증시가 긴 휴장을 마치고 개장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전반의 하락 변동성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위축된 투자 심리 속에 주요 리스크 지표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변동성 장세는 더 이어질 전망"이라며 "대내적으로도 북한 리스크가 확대 중인 가운데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판단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관망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조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세 하락 여부의 기로에 선 지금,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관망이 가장 좋은 전략이고, 저가 매수 타이밍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승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 코스닥 모두 저점을 예측하기 힘들고, 특별한 호재가 없어 지수의 상승 여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저점 매수보다는 일단 기다리는 전략이 낫다"고 말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의 경우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600선을 지켜냈기 때문에 진정될 가능성이 보이지만, 쉽사리 저점 매수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남들 다 팔 때 같이 매도하는 추격 매도는 자제하고,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1800선을 이탈해 175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일단 코스피 1800선 붕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 정도의 강한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짧은 시간 안에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센터장도 “코스피 1750선에서 지수 방어가 시도될 수 있겠지만, 일시적일 것”이라며 “5년 반 박스권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한 번에 밀리지는 않겠지만, 일단 뚫리기 시작하면 1500선 이하도 불가능한 지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스닥 지수는 580선 붕괴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 개장의 영향으로 잔파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코스닥은 기술적 지지선이 다 무너졌기 때문에, 다음 주 중 600선이 붕괴될 경우 580선까지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단기 급락으로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큰 흐름에서 코스닥 지수의 하향 추세는 더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 심리가 개선될 때까지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참여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급락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