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 금값이 치솟고 관련 상품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저유가와 금융 변동성 확대에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에 돈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금리인상 우려에 온스당 1000달러가 붕괴됐던 금값은 최근 1200달러를 넘어서면서 바닥을 다지고 본격 랠리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온스당 1239.4달러로 일주일 전보다 7.1%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월 9.1%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 9일에는 온스당 1,198.70달러로 8개월 만에 최고치도 기록했다.
금 펀드 수익률 '고공행진'..연초 이후 14%
금값이 치솟으면서 금 관련 회사와 상장지수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1일까지 금투자펀드 펀드 가운데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ETF'의 수익률은 14.67%를 기록했으며 '신한BNPP골드 1[주식](종류A)도 14.7%의 성과를 보였다. 이어 'KB스타골드특별자산(금-파생)A'이 9.3%로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자(금-재간접)종류C'와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금-파생]'가 각각 8.6%, 8.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보인 것에 비해 매우 뛰어난 높은 성과다.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금거래소를 통한 금시장 거래량도 많이 늘어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 거래량은 이달 들어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지수가 6% 폭락한 지난 12일 거래량이 5만6672g을 기록,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2011년 9월 온스당 1899달러로 고점을 찍고 하락하던 금값이 최근 1200달러를 넘어서자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금과 달러화는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가 약세를 보인 점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 엔과 유로, 파운드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2.5% 하락했지만, 금값은 7% 상승했다.
배당도 이자도 없는 금…"투자가치 없다" 비판도
물론, 일각에서는 금이 투자자산으로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금과 같은 원자재 상품은 기업처럼 배당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은행처럼 금리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그 자체로 투자자에게 어떤 혜택도 주지 않는 금에 투자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컸던 2013년 국제 금값은 온스당 1179.40달러에서 최고 1697.80달러까지 오가며 40%가 넘는 변동성을 보여줬다.
이 같은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금값 상승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내외 변수가 금 투자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저유가와 중국경제의 침몰, 유럽은행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시장에 충격파를 보내고 있다"며 10년 만기 채권에도 신용위험이 껴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투자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금값 하락을 주도했던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약해진데다 주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물가하락에 대비해 금을 사모으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올해 초 일본에 이어 스위스 중앙은행도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낮췄다. 예금을 맡기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투자를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경제 침체에 유가 침몰, 금융불안까지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는 "최근 영국 런던 내 시중은행에서 비정상적으로 금을 주문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다른 주요 은행들도 비슷한 과정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 투자, 지금 해도 늦지 않을까
그렇다면 올해 들어 10% 이상 오른 금에 지금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당장 투자에 나서기보다 시장 상황을 관망하면서 일정 금액을 적립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경기의 불안 요소들은 올해 상반기면 그 실체가 드러날 테니 안전한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 시점에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5~10년 후를 내다본다면 금값이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므로, 매주 또는 매월 일정 금액을 금 통장 또는 금 관련 적립식 펀드에 투자해 투자 비용을 낮추고 수익은 올리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골드바 100g, 500g, 1kg짜리 순도 99.9%의 골드바를 구입할 수 있다. 골드바를 살 때 금 가격 외에 부가가치세, 은행 수수료 등 총 12.5%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되팔 때도 추가로 2.5%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 골드바는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이 많이 이용한다. 은행에서 무료로 보관해줘 도난이나 분실 우려가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골드뱅킹은 적립식 펀드처럼 적은 돈으로 금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금 적립 상품이다. 0.1g 단위로 구매할 수 있고 만기에 실물 또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골드뱅킹에 투자하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은 달러로 사들이므로 환율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을 구입할 당시 환율이 만기까지 유지되도록 환헤지를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소액투자자라면 금 펀드나 금 관련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금 펀드 중에서 전문가들은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한다. 금 ETF란 금 또는 금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기 편리하고 거래세가 일반 펀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장점이 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