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꽃샘추위' 언제까지…불안에 떠는 직원들

'쉬운 해고' 확산 조짐·은행권 일감몰아주기…대규모 구조조정 우려

입력 : 2016-02-18 오후 4:14:34
“(성과 중심의) 증권업계 특성을 감안해도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착잡합니다. 증권사 직원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고 있어요. 원래 노동조합이나 노동권 이슈에 부정적이었는데, 구조조정이 길어지고 해고가 빈번해지다보니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문득 불안해지기도 하고,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증권사라 해도 직원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중소형 증권사 직원 A씨)
 
연초부터 증권업계를 옥죄는 소식들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쉬운 해고’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가뜩이나 성과주의가 심화된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의 고유 영역이었던 투자일임업도 은행권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구조조정 한파가 다시 몰아칠 것이란 우려가 증권사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17일 사무금융노조는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가 발표한 은행권 투자일임업 허가는 사실상 은행 압력에 굴복한 부당한 결정"이라며 ”투자일임업은 엄연히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정한 금융투자업자 고유의 권리“라고 반발했다.
 
은행권 ‘일감 몰아주기’에 밀려 증권사 직원의 업무 영역과 경쟁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은 더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IBK투자증권은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취업 규칙을 금융권 최초로 도입했다. 감원의 칼바람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는 소식이다. 이미 저성과자의 방문 판매 부서 전출이나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직원 퇴출을 자행했던 증권사들에게 이제는 ‘합법’이라는 무기까지 주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으로 황폐해진 여의도 증권가에는 지금까지도 자리를 잃은 직원들의 시위와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 노조는 영하의 추위에도 112일째 본사 앞에서 천막 시위를 지속 중이다.
 
이남현 대신증권 노조지부장은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전략적 성과관리를 운용한 전례가 있어 내부 직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저성과의 기준이 불분명한데다, 인사권을 가진 회사가 눈엣가시 직원을 찍어내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결국 저성과자 해고나 은행권 일감 몰아주기 등 일련의 사태를 큰 그림에서 연관지어 보면, ‘증권업계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초부터 증권업계를 옥죄는 소식들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풍경.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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