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영향력이 강한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전북 전선'을 사수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더민주 표창원 비상대책위원은 20일 전북 전주의 전북도당 사무실을 찾아 지역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표 위원은 “정동영 전 의장이 국민의당에 입당했지만 전북도민이 정권교체 의지를 더민주에 실어줄 것으로 믿는다”며 “총선에서 전북을 석권할 수 있도록 당직자들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표 위원은 “중앙당 총선정책공약단에서 농·어촌 지원방안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며 지역 여론을 다독이는 모습도 보였다.
정 전 의원의 입당 선언이 있던 19일에는 남원·순창 출마를 선언한 박희승 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표 위원과 김병관 웹젠 의장,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등 영입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보였다. 정 전 의원의 고향이자 그간 칩거를 해온 곳에 출마하는 더민주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더민주 전북도당은 이날 정 전 의원에 대해 “야권 통합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도민의 바람을 끝내 저버렸으며 역사는 정 전 의원을 분열의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비난했다.
국민의당을 선택한 전북 의원이 2명에 그치며 지역여론이 더민주로 기울던 상황에서 나온 정 전 의원의 선택은 판도를 흔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동영이라는 인물은 전북 어디서든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정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전주 덕진뿐만 아니라 주위로 영향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중순 정 전 의원이 머물던 순창까지 찾아가 복당을 권유했던 것도 그의 무시 못할 영향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끝내 국민의당을 선택하자 문 전 대표는 19일 트위터에 "자욱했던 먼지가 걷히고 나니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도 분명해졌다. 결국 총선 승리의 책임은 더민주의 몫이 됐다"며 그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며 문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더민주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제1야당 대표는 북한 궤멸론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부정하고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한·미 FTA 추진 주역을 영입하는 등 더민주에서는 합리적 진보의 공간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비대위원(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20일 전북도당을 찾아 당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총선승리를 다짐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