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일제시대를 배경의 두 영화를 향한 관객의 열망이 극장을 움직였다. 10억원 미만의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있는 '동주'와 '귀향'의 성원에 극장들이 속속 상영관을 늘리기 시작했다.
영화 '동주' 포스터.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일제의 탄압에 아파했던 윤동주 시인과 일제와 적극적으로 싸웠던 송몽규 열사의 일대기를 그린 '동주'는 지난 24일 하루 동안 6만1091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한 계단 상승한 데다 소폭이지만 전날보다 약 1만여명 이상 관객수도 늘었다.
개봉일인 17일, 비교적 적은 374곳의 스크린과 1084회 정도의 상영횟수를 받아 2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한 '동주'는 입소문에 힘입어 현재 평균 5만명의 관객이 찾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455곳의 상영관을 받았고, 1467회의 상영횟수를 기록하는 등 스크린도 확대되고 있다. 개봉일에 적은 관객수를 기록한 경우 뒷심을 발휘하기 힘든 극장가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있는 성과다.
배급을 맡은 메가박스플러스엠 관계자는 "이준익 감독님 말씀처럼 영화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만들었다. 그 노력이 관객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 '귀향' 스틸컷. 사진/와우픽쳐스
'귀향'의 반전은 더욱 극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기획된지 14년만에 관객 앞에 선 '귀향'은 개봉자체가 목표였던 영화다.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협상타결 등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리면서 관계자들은 역풍을 우려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가 상영을 거부하면서, 애초 목표했던 스크린 수는 약 300곳 정도였다. 흥행은커녕 관객과 소통할 수 있기만을 바란 작품이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개봉한 '귀향'은 무려 511곳의 스크린을 확보했고, 2000회가 넘는 상영횟수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동안 약 15만472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좌석점유율은 42.5%다. 이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의 개봉 첫날 좌석점유율과 비슷한 수준의 수치다. 25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실시간 예매율은 27%를 넘어서고 있어, 앞으로도 관객들의 발걸음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귀향'의 성공은 예매를 서두른 관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상영관을 열어달라"며 영화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영화관에 직접 항의를 하는 등 관객들의 열의가 만들어낸 쾌거라는 평가다.
'귀향' 측은 "개봉 첫 날 이렇게까지 많은 관객이 찾을 줄 몰랐다. 국민들의 성원이 아니었으면 없었을 기적"이라며 "역사를 잊지 않는 국민들의 의식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흥행성이 보장된 스타도 없고, 웅장한 스케일을 동원할 정도의 제작비도 갖추지 못한 '동주'와 '귀향'은 콘텐츠의 내적인 힘만으로 반전드라마를 써냈다. 이 두 영화의 성공은 자본의 논리를 앞세우는 국내 극장가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