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를 제안한 대학생 용혜인(26·여)씨에 대한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취소하라는 판결에 불복해 검찰이 재항고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박재휘)는 26일 법원이 판결한 용씨의 카카오톡 메신저 압수수색 취소 결정에 대해 재항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급속이 시간적 긴박함을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법원의 판례도 지적하듯이 압수수색 사전정보를 제공할 때 은닉하거나 은닉할 염려가 있고, 증거물 훼손·멸실 우려가 있어 압수수색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때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뿐만 아니라 범죄 수사에 카카오톡 압수수색이 사용되는데, 보이스피싱, 마약, 뇌물 등 범죄에 대해 당사자에 사전 통지하게 되면 그 범죄의 공범이나 다른 조직 체계도 그것을 확인한다"며 "사전 통지 자체가 증거 인멸이나 도주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용씨의 배후 공모자를 가리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불법시위를 조직하고 기획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면 공범에 대해 사전에 내용을 얘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영장은 필요성 인정돼 발부된 것이므로 영장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를 사전에 통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사전에 통지하는 것이 현재 압수수색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봐 예외 규정인 급속을 요하는 때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김용규 판사)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은평경찰서 경찰이 용씨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대상이 카카오톡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대화 내용과 계정 정보 등으로 용씨 측이 접근해 관련 정보를 은닉하거나 인멸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이 관련 정보를 5일~7일 동안만 보관한다고 하나, 검찰과 경찰은 영장이 발부되고 이틀이 지난 후 압수수색했다"며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급박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압수수색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경은 지난 2014년 5월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와 관련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달 12일~21일까지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용씨의 카카오톡 아이디, 상대방과 나눈 대화 내용과 사진 정보 등을 압수했다.
용씨는 미리 신고한 장소의 행진이 끝난 이후에도 참가자 150여명과 도로를 점거한 상태에서 연좌시위를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고, 재판을 받던 지난해 6월 "검·경이 진행했던 압수수색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용씨는 "검·경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시와 장소를 알리지 않는 등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카카오 법무팀에 압수수색 사본을 팩스로 전송했을 뿐 원본을 제시하거나 압수물 목록도 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11월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열린 '공소장 조작, 인권침해, 회유와 협박 세월호 추모자 탄압고발 기자회견'에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인 용혜인(오른쪽) 씨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