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한눈에…日 니콘 박물관을 가다

최초카메라·반도체장비 등 600점 전시…개장 4개월만에 2만명 발길

입력 : 2016-02-28 오후 12:00:00
대형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일본 도쿄 시나가와. 지난 26일 마천루에 자리한 인터시티 빌딩을 찾았다. 100년 역사가 함축된 니콘 본사다.  
 
니콘은 1917년 창립,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이한다. 한 세기를 기념해 지난해 10월 '니콘 박물관'을 열었다. 기나긴 세월, 도전과 환호 속에 카메라 외길을 걸은 니콘의 혼이 담긴 곳이다. 개장 4개월 만에 2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대중의 호응도 높았다. 약 580평 규모에 카메라와 현미경, 반도체 장비 등 약 6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콘 츠네요시 니콘 박물관장이 과거 렌즈 원석을 만드는 역할을 했던 도가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박물관에 들어서면 지름 1.5m의 도가니가 관람객을 먼저 맞이한다. 이는 작은 유리 알갱이를 모아 녹인 후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거쳐 렌즈의 원석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이 과정이 자동화됐지만 초창기 시절만 해도 이 도가니는 렌즈의 시작 단계인 원석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제 기능을 할 순 없지만 이 도가니는 1980년까지 유리 용해 작업에 쓰였다. 사실상 니콘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물건이기에 박물관 정문에서 바로 눈에 띄는 곳에 배치했다.
 
니콘 박물관 관람객들이 540여종의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니콘이미징코리아
 
도가니를 지나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니콘 카메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니콘 최초의 카메라부터 최신 카메라까지 약 540개의 카메라들이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웠다. 니콘 카메라의 시작은 1948년 출시된 '니콘 1형' 필름 카메라다. 콘 츠네요시 박물관장은 "카메라 애호가라면 전시된 제품 중 니콘 1형 카메라에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니콘 1형 카메라 우측으로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인 D시리즈부터 콤팩트 카메라 '쿨픽스' 시리즈,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1' 시리즈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니콘 DSLR의 시작은 1995년 출시된 '니콘 E2'이다. 후지필름의 이미지센서를 사용한 이 제품은 120만화소로 당시 가격 100만엔(약 1000만원)이라는 초고가에 판매됐다.
 
니콘 최초의 필름 카메라 '니콘1형' 카메라. 사진/박현준 기자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콤팩트 카메라가 본격 보급되면서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게 된다. 니콘의 쿨픽스 시리즈도 이때 나와 카메라 입문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DSLR의 화질과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을 합친 미러리스 카메라도 등장하면서 니콘도 2011년 '니콘1 J1'을 시작으로 미러리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니콘 카메라는 우주에서도 사용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촬영을 위해 1980년 출시된 '니콘F3'를 스페이스 셔틀에 부착했다. 또 우주 비행사가 우주선 밖에서 직접 촬영하기 위해 니콘F3의 양쪽에 조작계를 부착해 사용하는 등 니콘의 광학기술은 대기권 안팎을 넘나들었다.
 
니콘의 반도체 관련 장비들이 전시돼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일반적으로 '니콘' 하면 카메라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니콘이 이보다 먼저 내놓은 제품은 현미경이다. 1925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니콘의 현미경은 지금도 각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소에 공급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도 니콘의 먹거리 중 하나다. 니콘이 생산하는 반도체 노광장치(스태퍼)에도 렌즈가 장착되는데, 반도체의 근간이 되는 웨이퍼에 아주 정밀한 작업을 하기 위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콘 츠네요시 박물관장은 "니콘은 창업 이듬해부터 광학 유리 제조의 연구에 힘써 현재는 광학 유리 제조부터 카메라, 노광 장치 등의 제품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광학 업체가 됐다"며 "니콘 박물관에서 니콘 기술과 제품의 진화, 기업문화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일본)=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