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출범으로 유가 하락으로 불안정한 중동 시장 대신 아시아 시장이 해외 수주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우리 기업들은 가격과 기술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기 시작한 중국 건설업계의 위협을 뛰어 넘어야 한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누적 수주액은 총 46조810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조8940억달러)에 비해 54%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으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보류·취소하면서 발주물량 자체가 줄어든 중동 지역 수주액(8763억달러)이 같은 기간 96% 급감하면서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의 수주액은 19조3918억달러로, 2년 전 수준(18조3109억달러)을 유지하면서 중동 지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 분석 결과 아시아 건설시장 규모는 올해 1320억달러를 기록 한 뒤 ▲2017년 1386억달러 ▲2018년 1510억달러 ▲2019년 1615억달러 ▲2020년 1753억달러 ▲2021년 1875억달러 규모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도 '아시아 인프라시장 진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 금융기관과 삼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기업의 아시아 진출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시장점유율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2014년 기준 159억달러에 머물렀던 수주액을 2020년 350억달러까지 확대하고, 점유율도 11.8%에서 20% 수준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올 들어 아시아 인프라 개발 자금을 공급하는 AIIB가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서 기회요인이 늘어난 점도 이번 방안을 마련하게 된 까닭이다. AIIB는 올해 5~10건(5억~12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10~20건(15억~25억달러), 2018년에는 15~25건(25억~35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차이나머니'로 불리는 풍부한 자금력을 업은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중앙아시아 지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차관은 물론, 건설사들과 협력해 유리한 조건의 금융조달까지 해주고 있어 국내 기업들과 비교가 안 되는 경쟁 우위에 있다.
뿐만 아니라 시공 및 가격경쟁력에서도 국내 업체들을 앞서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2015년 기준 글로벌 건설산업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건설산업 경쟁력 종합평가(미국 100점 기준)에서 73.8점으로 중국(80.1점)에 뒤졌다. 시공 및 가격경쟁력에서도 각각 7.0점, 8.5점을 받아 중국의 10점, 9.7점에 밀렸다. 그동안 중국에 앞섰던 설계경쟁력마저 2.3점으로 같아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활로를 찾으려면 도급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투자, 개발, 유지관리, 운영 등 종합적인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 금융, 사업기획 등 소프트웨어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기업, 정부, 금융기관, 수출 관련 유관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위축된 시장을 깨우고, 중국 벽을 넘어설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며 "설계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금융이 해외수주의 관건이 된 만큼 관련 기관들은 '수주해오면 도와주겠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적극 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해외건설은 자금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그동안 민간 금융기관이 예금대출 마진을 위주로 영업했다면, 앞으로는 건설사의 해외 프로젝트를 담보로 자금조달에 참여하는 등 투자금융(IB)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시아 인프라 건설시장이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불안한 중동 시장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GS건설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현장 전경. 사진/GS건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