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파산'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정선재) 심리로 열린 박 회장(76)과 아들 정빈(43)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에서 박 회장 측은 "업무 외적으로 회삿돈을 단돈 1원도 쓰지 않았다"며 "사기 파산과 사기 회생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에는 법리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 측 변호인은 "2014년도 금감원 조사와, 2015년 국세청 특별수사팀 수사 또 검찰에 이르기까지 박 회장을 비롯한 가족 등 15명이 압수수색을 받았음에도 박 회장이 업무와 관련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은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난이었다는 IMF의 단편일 뿐"이라며 "IMF로 인해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12개만이 살아 남았다"면서 "신원그룹의 경우 당시 상황에 따라 회생절차를 밟았고, 현재 연간 6000억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회생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무엇 보다 파산신청을 한 것은 피고인이 아니다"며 "2007년 채권자가 피고인에 대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고인은 명예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시 '차라리 면책을 해달라'고 말했다"며 "이에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철회했고, 그 후 신원그룹 측 법무법인이 '파산신청'을 제의해 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어 "파산신청 과정에서 당시 재판부는 파산을 결정하면서 '기업인이기 때문에 면책결정을 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회생절차를 밟아라'고 했다"며 "이 때문에 박 회장이 회생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기 파산 또는 사기 회생이 되려면 적극적 은닉행위 있어야 하는데, 박 회장은 취득한 차명재산을 신고하지 않았을 뿐 범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여세 포탈 부분과 관련해서도 변호인은 "아들 정빈씨가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뒤늦게 알고 대처한 것일뿐"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정빈씨가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고, 이를 뒤늦게서야 안 박 회장이 횡령이 있었음을 알았다"며 "박 회장은 깜짝 놀라 차명으로 있던 자산을 갚았는데 그것이 증여세 포탈이 됐다"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이 은닉했다는 차명재산의 경우 소유관계와 관련해 사실오인이 있다"며 "박 회장은 관리만 했을 뿐 소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돈 중 일부인 40억은 98년도 신세계투자에 투자가 된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명백히 밝혀졌고, 60억 가량은 선교재단에 기부돼 40억이 신일교회 건축자금으로 쓰였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변호인은 박 회장이 암 수술을 비롯해 6차례의 수술을 받은 점, 76세 고령의 나이인 점 등을 참작해 양형을 줄여달라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정빈씨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형량이 중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27일 1심 법원은 박 회장과 정빈씨에게 각각 징역 6년에 벌금 50억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 회장은 수백억원의 재산을 차명으로 은닉한 후 파산과 회생 절차를 거쳐 재산이 없는 것처럼 법원과 채권자를 속여 260억원 상당의 채무를 면책받고, 이 차명 재산과 관련해 세금 약 25억원을 포탈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조세포탈)등으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었다. 정빈씨도 회사자금 7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같은 날 불구속기소됐다.
한편 다음기일은 3월25일 오후 3시로 잡혔다. 다음기일에는 박 회장 측이 신청한 신원그룹 관계자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이 2015년 7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차량에 탑승해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