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확산에도 노동시간은 늘었다

지난해 전년 보다 오히려 증가…고용부 "현장 인식 개선이 우선"

입력 : 2016-03-06 오후 3:06:37
충북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박모(30)씨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점심시간은 따로 보장되지 않아 식사가 끝나면 바로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박씨의 하루 노동시간을 10시간30분으로 잡으면, 주 노동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상한선인 52시간 정도가 된다. 간혹 업무가 밀렸을 때에는 휴일에 출근하기도 한다. 휴일근로(16시간)는 연장근로(12시간)에 포함된다는 것이 법원 판례이나, 아직까지는 사업장별로 그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05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3번째로 길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 도입 및 정착 등을 통해 노동시간을 2020년 1800시간대까지 단축한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정책의 효과는 아직까지 빛을 못 보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노동자 1인당 총 노동시간은 1년 전보다 늘어났다. 근로기준법 개정 지연과 현장의 ‘장시간 노동’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먼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연근무제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민간사업체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1만3338 곳으로 2014년(5957곳)보다 123.9%, 지원 인원은 5622명에서 1만1056명으로 96.7% 각각 증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한 노동자도 2061명으로 전년 대비 84.7% 늘었다.
 
반면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총 근로시간은 172.6시간으로 2014년 대비 1.2시간(0.7%) 증가했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체의 노동시간 증가폭(1.2시간)이 300인 이상 사업체(0.8시간)보다 컸다. 총 노동시간을 보면노동일수가 2014년보다 4일(1.6%)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노동시간은 2020년에도 2000시간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간선택제 등 유연근무제 활용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총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 신규채용 확대가 아닌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현장에서 고용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 가장 좋겠지만, 노동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사용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은행직원들이 영업시간이 지난 오후 4시 이후에도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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