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시즌 2승을 달성한 장하나(비씨카드)가 '비욘세 춤'을 추며 환호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전인지(하이트진로) 팬들의 눈은 따가웠다. 대회에 불참한 전인지의 부상과 장하나 부친이 연관된 탓이다. 장하나는 직접 사과했지만, 올해 우승할 때마다 얼굴을 붉힐 만한 일이 터지는 악재를 맞고 있다.
장하나는 6일(한국시간)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세라퐁 코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마지막 4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지난달 열린 코티즈 골프 챔피언십에서 LPGA 데뷔 첫 승을 올린 장하나는 불과 한 달 만에 2승을 올리며 세계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장하나에겐 더없이 기쁜 날이었지만 전인지의 팬들은 찜찜한 분위기로 반응했다. 각종 포털사이트 댓글과 팬 카페 글로 장하나 측을 성토하면서 두 선수 측의 감정싸움으로까지 커졌다. 같은 한국 선수끼리 얼굴을 붉힌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된 데엔 사연이 있다. 지난 1일 혼다 LPGA 타일랜드를 마친 전인지와 장하나는 싱가포르 공항 입국장에 도착해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사고가 발생했다. 전인지 뒤에 있던 한 여행객이 놓친 기내용 가방이 앞에 있던 전인지의 다리를 가격했다. 이 충격에 전인지는 그대로 넘어지며 꼬리뼈 부근 근육이 약간 찢어졌다. 통증이 가라앉지 않은 전인지는 결국 HSBC 위민스 출전을 포기했는데 가방을 놓친 이 여행객이 바로 장하나 아버지였다.
이후 전인지와 장하나 측은 부상 상황 묘사와 사과 방식을 놓고 서로 다른 말을 내놓아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전인지 측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다쳤는데 장하나 측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데 반해 장하나 측은 "엉덩방아를 찧은 건 아니었고 전인지 측에 공항에서는 물론 이후에도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놓고 경쟁하는 두 선수의 입장과 맞물려 대립각은 줄어들지 않았다.
장하나는 7일 귀국해 "선수로서 전인지에게 굉장히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이번 일에 관해 사과했다. 장하나 매니지먼트인 스포티즌 한 관계자는 7일 오전 뉴스토마토와 전화 통화에서 "부상 당시 장하나 아버지가 전인지에게 공항에서 바로 괜찮냐고 사과했고 이후 전화도 걸었다. 분명히 전인지에게 미안한 감정을 안고 있었는데 논란이 커져 안타깝다"며 이번 일이 진정되길 바랐다.
장하나 측의 사과에도 전인지 팬들은 우승 후 춤추는 우승 뒤풀이 대신 먼저 전인지에게 사과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하나는 지난달 설 연휴에 열린 코티즈 골프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에도 일본식 '사무라이 뒤풀이'를 펼쳐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꾸 논란의 중심에 서는 통에 올 시즌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장하나 선수가 팬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