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필리핀 바탕가스에서 발생한 한국인 조모(당시 56세)씨 살인사건 수사에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을 방문 중인 비르힐리오 로께야노 멘데스(Virgilio Mendez) 필리핀 국가수사국장은 9일 대검찰청 기자회견에서 "조씨에 대한 수사를 필리핀 경찰로부터 이첩 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핵심 증거 중 하나인 부동산 소유권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바탕가스주 말바르시에서 건설업을 하던 조씨는 지난해 12월20일 오전 1시30분쯤 집안으로 침입한 괴한 4명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 괴한들은 현지인인 동거녀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조씨만 살해한 뒤 금품을 챙겨 달아났다.
한국 경찰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소속 김진수 경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분석실장 김동환 박사 등을 포함한 특별수사팀을 급파해 CCTV 등을 분석한 뒤 괴한들이 사용한 차량을 특정하고 도주로를 밝혀냈다. 또 단순 강도사건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필리핀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자문했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수사 진척이 없자 조씨의 유족들은 필리핀 국가수사국(NBI, National Bureau of Investigation)에 진정했고, 국가수사국이 이를 받아들여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뒤 수사해왔다. 국가수사국은 이번 사건이 조씨가 필리핀 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노린 범행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멘데스 국장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으로 자세한 사항은 설명할 수 없지만 범인들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국가수사국은 미국 FBI를 모델로 만든 필리핀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단독 또는 필리핀 국립경찰(PNP, Philippine National Police)과 연계해 공동 수사를 하고 있다.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멘데스 국장과 끌라로 아우스트리아 아레야노(Claro Arellano) 필리핀 검찰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간 검찰 수사공조를 위한 MOU를 맺었다.
필리핀 내 한국인 대상 범죄와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 범죄인 송환을 위한 협력체제 구축, 필리핀 검찰과 국가수사국의 수사력 강화를 위한 지원 토대 마련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MOU를 통해서 양국은 상대국으로 도피한 자국민의 송환 등 각종 업무 지원을 위해 상대국에 직원을 파견하거나 일시적인 협력팀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검찰청-필리핀 대검찰청.국가수사국'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김수남 검찰총장, 끌라로 아우스트리아 아레야노(오른쪽) 검찰총장, 비르힐리오 로께야노 멘데스 국가수사국 국장이 '필리핀 K크라임'(필리핀 내 한국인 상대 범죄와 한국인들의 범죄) 해결을 위한 수사공조 양해각서 체결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