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상생고용촉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대책이 모범 사례에 대한 인센티브나 강제성 없는 권고·유도에 그쳐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정부의 대책은 대기업·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노동운동과 이들에 대한 과보호가 기업들의 정규직 채용 기피, 비용절감을 위한 간접고용과 외주화로 이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은 임금 상위 10%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자제,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여기에 기업의 기여를 더해 이중구조를 해소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정부가 민간의 임금단체협상에까지 개입해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임에도, 기업의 기여나 이중구조 해소 노력에 대해서는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책들을 보면 정규직 전환지원금 확대, 중소기업 고용구조개선 컨설팅, 기간제·사내하도급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발표, 파견 표준계약서 마련 등 비강제적 조치들만 수두룩하다. 여기에 비정규직 로드맵 등 상당수의 대책들은 기존에 발표된 비정규직 대책의 ‘재탕’ 수준이었다.
또 사내하도급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정규직 전환지원 사업 대상에 포함한다고 하지만, 두 종사자 지위를 ‘원청의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는 정부의 인식에는 변화가 없어 현장에서 효과를 볼지는 불분명하다. 불법파견 등 감독과 관련해서도 ‘적발 시 조치·처분 강화’ 없이 단순히 단속만 늘려서는 현장의 위법행위를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밖에 대·중소기업 협력 대책들도 세제해택과 금전적 지원을 제외하면 원청의 노력 강화, 상시·지속 업무 직접고용 유도, 산업안전 환경 자율적 개선 등 추상적 문구만 가득하다. 그나마 30대 그룹을 중심으로 하청·협력업체 선정 시 고용구조를 고려하도록 유도한다는 대책이 있지만, 당사자인 30대 그룹과는 아직까지 어떤 협의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기권(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촉진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