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이날 출시된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이 진검 승부에 나섰다. ISA가 1인 1계좌 상품이다보니 전략 상품뿐만 아니라 각종 경품 등을 내세우는 등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5년 후인 2020년까지 ISA에 약150조원의 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최대한 많은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총성없는 경쟁에 들어갔다. 특히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손을 잡고 고금리 예금상품을 ISA 상품군에 편입하는 곳도 있으며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골드바, 해외여행상품권 등 고가 경품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부자되는 만능통장의 이미지만 부각하고 있다 보니 불완전 판매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ISA 시장 선점을 위해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탁형 ISA 상품들을 대거 출시했다. 일임형 상품은 증권사만 출시일에 맞춰 서비스하며, 은행들은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000030)은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 상품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우리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우리은행 ISA에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을 담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기업은행(024110)은 신한저축은행 예금 상품을, 신한은행은 IBK저축은행 예금 상품을 자사 ISA에 편입시켜 판매한다. 은행이 저축은행 상품 편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고금리 저축은행 상품을 편입시켜 고객유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1.7~2.47%대)는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시중은행 예금 금리(1.14~1.9%대) 보다 최대 1.3%포인트 이상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적금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다른 은행의 ISA 예·적금 상품보다 고객 유치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지역농축협 예금을 편입하면서 차별화했다. 농협은행의 ISA 편입상품은 ▲지역농·축협 정기예탁금(1년제) ▲채권형과 채권혼합형 펀드 8종 ▲시중은행 정기예금 5종이다.
국민은행은 고객 투자 성향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분류해 추천 상품을 구성했으며, KEB하나은행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준비했다.
시중은행들이 내건 ISA 경품 규모도 17억원 가량에 이른다. 이날부터 ‘KB ISA 신규가입 이벤트’를 진행하는 국민은행은 추첨을 통해 1등(1명)에게 2000만원 상당의 전세계 여행 상품권을 제공한다. 유럽 여행 상품권, 동남아 여행상품권도 제공된다.
KEB하나은행는 ISA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30만명에게 9억원 상당의 하나머니를 제공한다. 하나머니는 하나금융지주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 대출금 이자를 내거나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또 추첨을 통해 1등(1명)에게는 10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권을 준다.
신한은행은 16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자동차 외에도 LG 트롬 스타일러, 로봇청소기 등 고가의 가전제품도 경품으로 제공한다. 농협은행도 ISA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200만원 상당의 골드바(10돈)를 준다. 우리은행은 하와이 여행상품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장기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 예치돼 있다가 ISA 출시에 맞게 자금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현재 예금은행의 잔액 10억원 초과 고액계좌(저축성예금·금전신탁·양도성예금증서 기준)의 수신액은 514조8000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23조6000억원 늘었다.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넘는 고액 계좌의 잔액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ISA는 출시와 함께 불완전 판매 우려의 꼬리표를 계속 달고 다니고 있다. 상품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만능통장'이라는 이미지로 과도한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은행권의 자정 노력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세효과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ISA 도입으로 세제 혜택을 소비자가 받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가 받아가는 구조여서 서민을 위한 상품이 아닌 세금 탕진 상품"이라고 비판했다. ISA에 가입할 때 소비자들이 이자소득세(15.4%)를 면제받지만,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실제 받는 혜택이 대부분 금융회사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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