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전세 '갑질'에 서러운 세입자들

2년새 전셋값 33% 급증…집주인 우위 시장에 부당요구 빈번

입력 : 2016-03-16 오후 4:11:36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다음 달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A씨는 재계약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부동산에 매매로 내놓았는데 재계약을 하려면 매매되는 시점 이후 2~3개월 안에 집을 비워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등을 청구하지 말라는 조건도 붙였다. 불안한 주거여건에 당장 다른 전셋집을 구해 이사하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매매가격 턱 밑까지 오른 전셋값에 A씨처럼 세입자들의 설움이 커지고 있다. 돈없어 전셋집을 전전하는 서러움은 물론, 집주인의 부당한 요구 등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1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8609만원으로, 전세계약 시점인 2년전(2억1503만원)과 비교하면 7106만원, 33%나 급등했다. 웬만한 월급쟁이의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년 동안 고스란히 모아야 겨우 오른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서울은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억9996만원으로, 2년전(3억25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4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급부족으로 전세시장에서 집주인이 우위를 점하면서 세입자들의 설움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저금리에 따른 빠른 월세화로 인해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공급 부족에 가격을 올려도 세입자들이 몰리면서 집주인 우위의 전세시장이 형성되면서 이른바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
 
A씨처럼 재계약을 두고 집주인에게 유리한 계약 방식을 제시하는 경우는 물론,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에게 추가 대출을 이유로 깡통전세로 내모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전세계약을 체결해 1년 정도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 B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세입자가 없어야 대출 진행이 가능해 1주일 정도만 주소를 빼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전세금 권리가 후순위로 밀려 깡통전세가 우려돼 거절했지만 집주인과의 관계가 불편해져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보다 비싼 전셋값을 받기 위해 이중으로 가격을 책정해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마다 다른 가격에 전세물건을 내놓은 뒤 보다 비싼 가격에 맞춰 세입자와 계약을 하는 방법이다. 은행 계좌를 알려주지 않고 구두로만 가계약을 진행하는 등 꼼수가 병행된다.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워낙 세입자가 몰리고, 자고나면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보다 비싼 가격에 세입자들 들이려고 하고 있다"며 "집주인 뿐 아니라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더 높은 가격을 받아주겠다며 집주인을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윤철한 경실련 부동산·국책 감시팀장은 "전세시장 불안은 물건 부족과 금리인하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뉴스테이 등 정부가 월세시대를 가속화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정부가 세입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등의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주택 거품이 빠져서 정상적인 범위내에서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근본적인 세입자들의 주거불안과 피해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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