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1일 비례대표 공천 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기존 2번에서 14번으로 재배치하는 등 비례대표 후보들의 순번을 조정했다.
더민주는 이날 오후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비대위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지만 비례대표 순번 1번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박 교수의 표절 의혹에 대해) 본인한테 옛날에 있던 사정을 다 들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공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비례대표 10번에,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12번에 배정됐다. 김 대표가 당 대표 몫으로 비례대표 6번에 지정했던 박종헌 전 공군 참모총장은 비례 후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비례대표 후보군을 A그룹(1~10번), B그룹(22~20번), C그룹(21~35번)으로 나눠 후보자 순위를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당초 순번 결정 방식을 변경해, 그룹간 칸막이를 허물고 35명의 후보자 순번을 일괄적으로 중앙위원회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더민주 비대위가 만든 비례대표안은 방산업체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박 전 참모총장이 제외된 것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조정을 거부하는 김종인 대표의 의중을 고려해 적당히 만든 타협한 안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전날 김 대표와 중앙위가 비례대표 명단을 그룹별로 나눈 것에 대한 부분은 그룹을 허물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더민주는 이날도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 후보들 면면에 대한 당안팎의 비판의 목소리까지 높아지면서 당내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더민주는 이날 오전 비공개 비대위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수정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에 반대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내가 자기들(더민주)한테 보수를 받고 일하는 거야, 뭘하는 거야”라며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그런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내가 비례대표에 연연해 여기 온 것이 아니다”라며 “당을 조금이라도 추스려 수권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내가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잘 참고 견뎌주나 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비례대표 명단을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더민주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장하나 의원은 “총선에서 정당이 국민에게 선보이는 비례 명단은 당선자 순열표 이상을 넘어 그 정당이 시대적 과제를 무엇으로 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라며 “그러나 우리가 밝혀온 시대정신을 담은 후보 추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병석, 원혜영, 유인태, 이석현, 정세균, 추미애 등 중진의원 6명도 공동성명을 통해 “당헌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로 소수계층과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 시절 당 혁신안을 주도했던 당권재민혁신위원회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비대위와 공관위는 당헌당규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을 전면 재검토하고 민생우선 추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도 SNS를 통해 개별적으로 김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경민 의원은 “김 대표의 비례 2번 셀프 공천과 일부 공천자에게 사려도, 명분도, 절박감도 보이지 않는다”며 “오로지 욕심만 보인다. 20번으로 가거나 아예 내려놓아야 유권자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와 더민주 주류 세력이 비례대표 명단 확정을 둘러싸고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그동안 지도부 공천 과정을 지켜만 봤던 당내 인사들이 김 대표의 ‘셀프 공천’으로 불만이 폭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 대표는 이같은 당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정직하게 해야 한다”며 “지금 정체성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자기들 정체성에 안 맞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대위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무 거부에 돌입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