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위한 새누리당의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김무성 대표가 공언했던 ‘상향식 공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대표는 100% 국민 경선을 약속했지만 전체 지역구 중 실제 경선을 실시한 곳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2일 오후 현재까지 공천을 위한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역구는 전체 253곳 중 141곳(55.7%)에 그쳤다. 단수추천지역은 96곳이고, 우선추천지역은 12곳이다. 경선을 치른 지역이 경선 없이 후보를 정한 지역구보다 33곳 더 많았다.
그러나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었다던 100% 상향식 공천에는 한참 못 미쳐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4개 지역구는 물리적 시간이 없어 경선을 치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확정 지역구 중 하나인 대구 동을의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는 지역구민들의 의견이 사실상 전혀 반영되지 않아 '상향식'과 가장 거리가 멀었다.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 출범 전부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상향식 공천을 천명했다. 처음에는 국민들이 경선 투표에 직접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꺼냈지만 야당과의 합의가 불발되면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김 대표의 공천 원칙이 끝내 무너진 명목상의 이유는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단수추천지역과 우선추천지역 조항 때문이다. 경선이 아닌 지역은 모두 단수·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상향식 공천의 의미를 퇴색하게 했다는 평가다. 절반 가까운 지역구에서 사실상의 전략공천이 이뤄진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과거보다 경선 지역이 많아졌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항변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경선에 의한 상향식 공천이 23개였고, 18대는 한 곳도 없었으며, 19대에서는 44개여서 이번이 역대 최대였다는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이 아닌 여론조사로 공천을 결정하면서 노출된 문제점도 있다. 처음부터 우려했던 '역선택' 문제가 제기되면서 낙천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당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당 정치의 후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대부분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서 결국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