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피하고 보자"…건설업계, 잇단 무상감자 발표

남광토건·고려개발 등 재무구조 개선 위해 감자 실시
"주주 손실로 회사 건전성 키우는 셈…신뢰도 저하 우려"

입력 : 2016-03-29 오후 3:46:52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최근 건설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따른 자본잠식을 피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감자가 결국은 일반주주들의 고혈을 짜내는 것인데다 잇달아 감자 결정 발표가 나오면서 업계 전체의 실적 악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상장건설사 가운데 자본잠식이 발생한 곳은 삼성엔지니어링(028050)고려개발(004200), 삼부토건(001470), 남광토건(001260) 등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광토건은 지난해 12월 5대 1의 비율로 감자를 진행했다. 고려개발은 지난달 대주주는 5대 1, 일반주주는 2대 1로 하는 차등감자를 실시했다. 최근에는 삼부토건이 일반주주에 대해 최대 50대 1의 감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상장이 폐지된 경남기업도 대규모 감자를 결정하는 등 건설업계 감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감자는 자본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무상감자의 경우 주주들에게서 대가 없이 주식을 거둬들인 뒤 주식 수를 줄여 자본금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가령 액면가 500원짜리 10주를 10대 1 감자를 통해 1주로 합치면 주주는 5000원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자본금은 4500원이 줄어든다. 하지만 회사는 주식 소각에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므로 4500원의 회계상 이익인 '감자차익'이 발행한다.

가장 큰 목적은 결손금 해소 등 재무구조 개선이다. 적자가 누적돼 결손금이 생기면 자본총계(자본금+이익잉여금)가 줄어들고 자본금이 자본총계보다 많아지는 자본잠식이 발생한다. 상장사의 경우 자본잠식률 50%인 상태가 2년간 지속되면 상장폐지까지 가기 때문에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자본잠식 직전인 기업들이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선택한다.

특히, 실적 악화로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진 기업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유상증자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감자로 주가를 올린 다음 유증을 실시, 유동성을 보강한다.

감자를 한 기업은 기준 주가를 감자 비율에 따라 조정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일반주주의 피해는 없다. 하지만 감자는 그 자체로도 기업 재무구조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상장사의 경우 감자로 자본잠식 문제가 해결돼 상장은 유지되지만, 주주들의 재산가치는 떨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감자 이후 유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단기적으로는 주주들에게 손해다. 주식의 총 발행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존 주식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기업이 감자를 하게 되면 결손금을 털어낼 수 있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이 감자 결정을 하게 되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자는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손실을 바탕으로 회사의 건전성을 키우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에서 실적 악화로 무상감자 소식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건설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실적 악화 등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건설사들이 많아 감자 소식이 많다"며 "무상감자 이슈가 지속적으로 나올 경우 건설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무상감자 소식이 이어지면서 건설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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