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현대증권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일정이 재차 연기되고 있다. 매각을 둘러싼 잡음과 혼란만 키우는 상황이다.
30일 현대증권(003450)의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은 최종 결과가 다음달 1일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일정은 이번까지 세 차례 연기됐다. 당초 현대증권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기준 가격 공개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는 지난 28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룹 측의 심사숙고로 결과 공개는 하루(29일) 미뤄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29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유력 인수 후보 쪽에서 결과 발표를 감안해 고위급 임원들을 대상으로 대기령을 내리고 언론 보도까지 준비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일정은 30일로 연기됐다. 장 마감 후까지 ‘누가 현대증권의 새 주인이 될 것인지’를 눈 여겨봤던 금융투자업계와 언론, 시장 참여자들을 허탈하게 하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발표 일정은 세부 논의 사항이 남았다는 이유로 또다시 다음달 1일로 늦춰졌다.
'제3의 후보' 액티스 펀드 급부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재차 미뤄지자 시장에서는 미확인 추측과 소문만 무성하다. 우선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양강 구도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제3의 후보, 홍콩계 액티스 사모펀드(PEF)가 가장 높은 인수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라는 설이 새롭게 부상 중이다. 액티스가 다른 후보군에 비해 월등히 많은 규모인 1조원에 달하는 액수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액티스로의 매각이 성사된다 해도, 매물의 몸값을 키워 최대한 차익을 남겨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쉽게 통과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6월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 PE가 현대증권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연기되면서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 매각이 무산된 전례도 있어 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고 발표도 늦춰졌을 것이란 추측이다.
한투-KB 양강 구도는 여전
액티스 펀드가 현대증권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시장에서는 가격 외 요건까지 따져봤을 때 여전히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접전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합병하면 은행업에 치우친 KB금융지주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된다.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이 현대증권과 합병하면 자기자본 규모(지난해 말 기준)는 기존 5위에서 단숨에 2위(6조5800억원)로 뛰어오르게 된다. 덩치를 키워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이 설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현대증권의 탄탄한 지점 리테일망을 확보해 영업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직원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점은 부담요소다. 은행업에 기반을 두고 있어 증권 부문이 취약한 KB금융지주와 달리, 한국투자증권과는 업무 영역이 대거 중복돼 현대증권 직원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인수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이달 초부터 한국투자금융지주로의 합병을 반대해 왔다. 현대증권 노조는 이날도 성명서를 내고 “본입찰에 참여한 세 곳의 자본 중 한국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큰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한국금융지주는 현대증권 노조의 모든 법적 투쟁을 감내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노조는 오는 31일 오후 6시30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한국금융지주로의 매각 저지 총력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