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상위 제약사들의 '남의 제품' 의존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사의 대형약물을 들여오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R&D를 저하시켜 제약업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개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상품판매액(도입약물) 비중은 평균 39%로 전년(34%)비 5%포인트 상승했다.
한미약품은 상위사 가운데 10%로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으나 지난해 상품판매액이 전년비 64%나 증가했다. 10개사 평균 20% 수준을 웃돌았다. 5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수출료 유입으로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상품은 자체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다른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약물을 말한다. 단순 유통인 셈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이 대표적이다. 국내사는 검증된 신약을 들여와 판매하면서 단숨에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신제품 기근에 시달리자 국내사들은 경쟁적으로 신약 유치 경쟁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외형 성장의 효과가 있지만 도약약물은 이익률이 좋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도입약물은 매출액에서 대략 20% 정도를 원개발사로부터 판매수수료로 받는다. 판관비, 영업비를 제하고 남는 돈이 없다는 전언이다. 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의 생태가 R&D보다 영업대행으로 체질이 악화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시장을 지배해 국내 제약산업의 자립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