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무자본 M&A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기업사냥꾼에게 1100억원대의 대출을 받도록 해준 금융 브로커와 전·현직 은행 간부가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박길배)는 기업사냥꾼과 금융 브로커가 결탁해 국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사건을 수사한 결과 총 13명을 적발해 이중 7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 2명을 기소 중지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금융 브로커인 최모(52)씨 등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에 총 780억원의 대출과 보증을 알선하는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등은 알선 명목으로 2억2000만원~4억5420만원을 수수하고, 컨설팅계약서로 가장해 범죄 수익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 지점장 출신인 이모(60)씨는 2013년 3월 디지텍시스템스에 대한 280억원의 대출과 관련해 담당자를 소개·알선하는 등의 대가로 최씨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산업은행 본점 팀장 이모(50)씨는 2013년 5월 디지텍시스템스에 250억원의 대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억원을 요구해 이중 2000만원을 받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인 강모(58)씨는 2013년 5월 재직 당시 금융감독원의 조사와 감리를 무마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디지텍시스템스 회장으로부터 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2007년 7월 코스닥에 상장된 업체로
삼성전자(005930)에 휴대폰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던 1차 벤더였지만, 2012년 2월 기업사냥꾼에 인수된 후 대규모 대출을 받아 경영진의 횡령 등 범행의 수단으로 이용당하다 지난해 1월 상장 폐지됐다.
특히 2012년 12월부터 1년간 총 1160억원 상당을 대출받았지만, 현재 산업은행 218억원, 수출입은행 220억원, 무역보험공사 50억원, 국민은행 269억원, 농협 57억원, BS저축은행 41억원 등 855억원 상당이 미상환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사냥꾼은 금융 브로커를 이용해 대출을 성사시킨 후 대출금 대부분을 미상환하는 등 시장경제를 교란함으로써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신생 기업이 건전한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풍토 생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범행 구조도. 사진/서울남부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