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우리은행장 '연임불가'..황회장 소송 시사

예보, 전현직 우리은행장 무더기 징계
"황영기 '직무정지'..박해춘·이종휘 '경고'
우리은행·우리금융지주에 각각 '기관경고'

입력 : 2009-09-25 오전 11:41:25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예금보험공사가 황영기 KB금융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내렸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서 물러난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에 대해서는 각각 '경고'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에 이어 또 다시 경고를 받은 이 행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취임한 지 1년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급격히 '레임덕'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예보는 우리금융을 통해 황 회장에 대한 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황영기 사태'를 둘러싼 소송전의 막이 오른 셈이다.
 
◇ 예보, 황회장에 '직무정지' 결정.."구조화증권 투자손실 MOU 달성실패 원인"
 
예보는 25일 오전 열린 임시 예금보험위원회에서 우리은행의 2008년 4분기 경영정상화약정(MOU)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이같은 내용의 징계를 최종확정했다.
 
이재호  예보  이사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부채담보부증권(CD0)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외화 구조화증권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며 "5개 MOU 재무목표 중 3개 재무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당시 황영기) 은행장과 IB본부장이 작성한 성과목표 계약서를 보면 외화 구조화증권에 대한 투자확대가 명시돼있고,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된 상태에서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예보위원들은 우리은행이 예보와 맺은 MOU를 달성하지 못한 데는 황 회장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해 우리은행이 2분기 연속 MOU 달성에 실패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난 2005~2007년 CDO와 CDS에 모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90% 가량을 날린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황 회장이 은행법을 위반하고 내부 리스크관리 규정을 바꾸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했다며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다. 반면 예보는 대주주 자격에서 포괄적인 경영상 책임을 물은 것이다.
 
◇ 이종휘 행장 연임 불가..황영기 박해춘은 거취 영향 없어
 
일단 황 회장은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예보가 내리는 징계수위는 '해임', '직무정지', '경고', '주의' 등 4가지로 구분되는데, 이 중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위의 중징계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황 회장이 추가적으로 받게될 실질적인 징계효과는 없다. 예보의 징계가 내려지면서 황 회장은 앞으로 5년간 우리금융, 우리은행, 우리금융 계열 지방은행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수협중앙회, 서울보증보험 등 예보와 MOU를 맺은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황 회장은 앞으로 4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는 상태다. 예보 관계자는 "황 회장에 대한 이번 징계 결정에 실질적인 페널티는 없지만 경영상 책임을 물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고를 받은 이종휘 행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예보의 경고가 두 차례 누적되면 예보와 MOU를 맺은 6개 금융기관의 임원으로 3년간 선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앞선 2006년 성과급 과다지급 문제로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 행장은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지낼 당시 수석부행장을 역임했으며, 이 때문에 책임을 추궁받아왔다.
 
예보로부터 경고를 두번 받을 경우 직무정지로 징계수위가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행장이 다른 사안으로 각각 경고를 받은 만큼 직무정지 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예보의 설명이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박해춘 전 행장의 거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그는 이미 금융권을 떠나 고향인 대전에서 정치권 입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예보-우리금융, 황 회장 상대 소송추진..격론 벌어지기도
 
예보는 황 회장에 대한 민, 형사상 소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예금자보호법이나 공적자금관리법 등으로는 법률적 조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예보 관계자는 "상법상 (대)주주의 입장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보는 우리금융에 민, 형사상 소송과 관련된 사항을 점검해 보고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내부적으로 황 회장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판단을 할 경우 소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이사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예보에 보고하면, 예보위 의결 등을 거쳐 소송 진행이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만약 황 회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법정다툼으로 끌고 갈 경우, '황영기 사태'는 소송에 소송이 맞물리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소송 문제를 놓고 일부 예보위원 간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송의 파급효과가 단순히 우리금융뿐 아니라 금융회사들과 금융 CEO들의 의사결정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강경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당사자인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자체적인 판단을 거친 뒤 소송여부를 결정하는 선에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예보위원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송 문제는 대단히 외부효과가 큰 사안"이라며 "너무 앞서가지 말고 한 발자국씩 일을 진행하기로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예보는 이날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를 결정했다. 특히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리스크관리체계와 내부통제시스템, 내실경영 강화 등 전반적인 경영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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