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안산다고?…삼성·LG '프리미엄 전략' 통했다

파생 라인업까지 프리미엄 이미지 '수혜'…"프리미엄이 살아야 중저가도 산다"

입력 : 2016-04-13 오후 2:33:40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비싸면 안 팔린다'는 고정관념을 국내 전자업계가 균열 냈다.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 공략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프리미엄 제품군을 통해 손익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공시한 지난 1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양사 모두 매출은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늘었다. LG전자의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8.2% 감소했지만 영업익은 44.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매출액은 8.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5% 늘었다.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이 늘면서 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한 부분이 고스란히 수익 증가로 연결됐다. 특히 1분기가 전통적으로 가전시장 비수기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성수기였던 4분기 수익성을 뛰어넘은 데는 프리미엄 전략의 힘이 컸다는 설명. 프리미엄 제품군이 힘을 발휘하면서 파생 라인업도 덕을 봤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전체 제품군으로 확대되면서 브랜드가치도 살아났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보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시장에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프리미엄이 살아야 중저가도 산다"고 단언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군은 지난 2014년 출시한 '셰프 컬렉션'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당 6000달러가 넘는 초고가의 냉장고를 만드는 회사는 중저가 제품도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추후 패밀리 허브를 적용한 또 다른 프리미엄 셰프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도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다른 제품군에도 적용됐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 출시 이후에는 갤럭시A 등 보급형 제품 마케팅을 줄이고 갤럭시S7에만 집중했다. 인도, 동남아 등 상대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이 주력인 시장에서도 갤럭시S7 출시 행사를 별도로 열었다. TV부문도 마찬가지다. 최근 삼성전자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2세대 SUHD TV를 출시하면서 라인업을 8개로 대폭 늘렸다. 2세대 SUHD TV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는 더 큰 폭의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LG전자도 간판으로 밀고 있는 OLED TV의 판매량이 늘면서 영업익 급등에 힘을 보탰다. 특히 1분기에 OLED TV 판매량이 90만대에 육박하는 등 수요를 크게 진작시켰다. 이에 더해 VIP 고객들을 겨냥한 초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를 내놓으며 프리미엄 경쟁에 불을 붙였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트윈워시 등 프리미엄급 제품의 최초 가격을 책정할 때 컨설팅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은 터무니 없이 높다고 판단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위 5%에 해당하는 고소득 계층의 소비성향에 맞았다는 게 최근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를 비롯해 하반기도 프리미엄 가전시장의 점유율 확대가 각 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사물인터넷 확산에 따른 스마트홈 환경 부각은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보유한 가전업체들로서는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2세대 SUHD TV(왼쪽)와 LG전자 초고가 브랜드 '시그니처'(오른쪽).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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