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P2P(Peer to Peer·개인 간)대출 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건전한 업체를 선별하는 등의 불건전 업체를 솎아내기에 나선다. 이는 최근 P2P대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계를 사칭하거나 신용평가모델을 갖추지 못한 업체로 인한 투자자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18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이하 협회)는 오는 19일 회원사 가입 기준을 마련하는 첫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8퍼센트·렌딧·빌리· 어니스트펀드·테라펀딩·펀다·피플펀드 등 7개 회원사 외에도 협회가입을 희망하는 10여개의 업체도 참석해 기존 협회 가입요건 변경 등을 포함해 일명 '불건전' P2P대출업체를 솎아내기 위한 논의가 진행된다.
협회는 먼저 협회 가입 조건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가 신규 회원사 가입요건으로 제시한 요건은 ▲창립총회 발기인 ▲누적대출액(대출잔액)이 10억원 이상 ▲부실채권 발생 또는 제반 리스크에 대한 전문 인력 보유 ▲회원의 각 대표자가 대부업을 포함한 금융 관련 범죄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은 경우(필수) ▲회사 설립 이후 투자를 유치한 경우 등이다.
이 중 가입 희망 업체는 5가지 중 3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협회는 P2P대출 시장에서 건전한 영업을 할 수 있는 회원사를 통해 신뢰도를 쌓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같은 강화된 가입 요건을 마련했다.
협회가 이 같은 가입조건을 만든 것은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불건전' 업체들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00억원에 불과하던 P2P대출 시장의 매출 잔액이 올해는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1위인 8퍼센트의 경우 지난해 초 100여명에 불과하던 투자자기 이달 기준 7400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부업 법정금리가 다음달부터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아지면서 대부업자들도 해당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몇달만에 신생 업체만 수백개가 넘는 것이다.
협회장인 이효진 8퍼센트 대표도 "협회 가입 희망서를 제출한 업체 중에는 가입 기준에 다소 미흡한 곳이 있었다"며 "신용평가모델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사업 후 부도가 나게 되면 자칫 성장하는 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만큼 건전한 금융생태계를 해치는 업체를 걸러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요건은 불건전 업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신생 핀테크 업체까지도 진입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협회 가입을 희망하는 A업체 대표는 "업계 정화를 위해 과거 악성 대부업체를 운영한 대표 등을 솎아내는 것을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가입요건으로는 신생 업체가 가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도 가입요건 변경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가입 요건을 까다롭게해 진입장벽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악성 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정관을 마련하다보니 현재 가입조건이 마련됐다"면서 "논의를 거쳐 가입요건을 완화하면서도 여전히 불량 업체를 골라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업계 내의 자정노력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2P대출업이 먼저 생겨난 미국과 유럽의 경우 당국에서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금융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었던 반면 중국은 당국의 무관심으로 관련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해당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당국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성장 중인 P2P대출 업체가 협회 가입 요건을 두고 기존 회원사와 신생업체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 정기 회의에서 (왼쪽부터)박성용 렌딧 이사, 박성준 펀다 대표, 주홍식 빌리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김주수 어니스트펀드 대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