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를 시작으로 관련 업체 관계자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에 돌입한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오는 19일 옥시레킷벤키저 실무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최근 가습기 살균제 정부 공식 피해자 221명에 대한 전수 실태 조사를 마무리하고, 관련 업체 관계자의 소환 일정을 조율해 왔다.
이에 따라 검찰은 관련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관계자를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제조 또는 유통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옥시레킷벤키저 서울 본사와 인천 송도 연구소, 롯데마트 서울 본사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의 '가습기 청정제',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자료에 따르면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사용자 403명 중 103명이 사망했고, 이는 이달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98명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롯데마트는 관련 업체로는 처음으로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판매됐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와 가족에게 피해 보상을 실행하기로 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포함해 진상 규명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조사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 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수사 결과에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수사 종결 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오늘의 사과는 피해자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이날 롯데마트의 발표가 검찰 수사를 앞둔 상태에서의 면피용 사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과를 하려면 하루라도 먼저 했어야 한다"며 "어떤 국민이 롯데마트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관한 역학조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2014년 3월과 2015년 4월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총 221명을 공식 피해자로 인정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9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형사 고발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1월 이 사건을 전담해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소환조사 관련 피해자입장발표 및 검찰 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센터 설치요구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