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 중구가 을지로의 숨은 볼거리와 가치를 체험하는 골목길 투어 ‘을지유람’을 운영한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오는 23일부터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 오후 3시 을지유람을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을지유람은 중구 출신의 구민해설사가 직접 동행해 을지로의 공구거리, 조명거리, 타일거리 등을 90분간 둘러보는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다.
을지유람은 중구홈페이지(www.junggu.seoul.kr) ‘을지유람’에서 1회당 10명 이내로 모집하며, 투어는 무료이고 별도의 체험 프로그램은 재료비를 내야 한다.
을지로는 서울시청에서 을지로 3가를 경유해 을지로 7가에 이르는 지역으로 폭 30m, 길이 2.74㎞ 6차선 도로 양 측으로 공구, 조명, 미싱 등 다양한 도심산업이 밀집했다.
타일·도기 상점 140여 곳이 모여 있는 타일·도기 특화거리는 건축 현대화와 욕실문화 발달을 계기로 급속도로 성장해 지금의 타일·도기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청계천 수표교에서 관수교 남단까지 이르는 350m 을지로 공구거리에는 공구상점 530여 곳이 들어서 있다. 한때 ‘설계도만 가져오면 탱크도 만들어준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현재도 도면만 가지고 가면 그 자리에서 필요한 부품을 깎아 제품을 만들어 준다. 특히 공구거리 주변은 아직도 산업근대화 과정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영화 ‘피에타’, ‘도둑들’의 주 촬영지로 주목받기도 했다.
을지로 3가부터 4가로 이어진 조명거리는 가장 나중에 자리 잡았지만, 1970~1980년대에는 전국에서 조명을 사려고 찾아올 정도로 유명했다. 현재 조명상가 210여 곳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도 다양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창경궁로 일대 을지로 조각 특화구역에는 조각점포 360여 곳이 밀집해 있으며, 유통 중심의 다른 지역과 달리 제조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컴퓨터 보급으로 컴퓨터 가공업체가 늘어나면서 예전 기술력과 종사자는 줄어들었지만 최근에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금형설계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08년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38·여)이 우주에서 신체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가져 간 등고선 촬영기도 이곳에 위치한 신진정밀조각사에서 만들었다.
중구는 을지로 빈 점포를 임대해 청년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을지로 디자인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6곳에서 8개 팀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을지유람 코스에 포함된 ‘서클활동’은 폐자전거로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작업실이다.
을지유람을 하다 보면 오래된 맛집도 많이 볼 수 있다. 중구 충무로 62번지에 자리 잡은 ‘양미옥’은 양대창 전문점으로 고 김대중 대통령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을지로 공구상가 골목 한 귀퉁이에 자리한 ‘통일집’은 암소한우 등심만을 판매하는 고깃집으로 1969년 개업해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된 노가리 골목도 빼놓을 수 없다. 퇴근시간 일대 골목까지 테이블이 놓일 정도로 생맥주와 노가리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밖에 군만두가 유명한 오구반점, 평양식 냉면으로 이름난 을지면옥 등 오래된 맛집들이 많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을지로는 과거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사를 바꾼 산업역군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이라며 “을지유람을 통해 을지로의 참멋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을지유람’은 코스는 총 1.7㎞거리로 을지로3가역 3번 출구에서 출발해 1시간30분 정도 을지로 일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서울시 중구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