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20대 총선 패배 이후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새누리당이 혼란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절차상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그에게 비대위원장 자리를 넘긴다는 수순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박계는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 구성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원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당의 분열과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빠른 시간 내에 다음 원내대표를 뽑아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는 22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마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즉,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우선 구성해 5월 초로 예정된 신임 원내대표 선출까지 당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원 원내대표는 누군가에게 비대위원장 자리를 넘기려면 최고위원회의 추인이 필요한데 최고위가 해산됐기 때문에 우선 비대위를 구성해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하자가 생지지 않도록 절차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원 원내대표는 “그걸 해둬야 절차상의 하자가 안 생기고, 대표성과 정당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구상을 하고 있다. 오늘 발표하기는 힘들다”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유의동 원내대변인은 ‘원유철 비대위 체제’와 관련해 “위원장만 바뀌고 (원 원내대표와 함께 출범한) 비대위원들은 살아 있으니 원 원내대표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것 같은데, 이는 절차상의 문제이지 정치적인 문제는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비박계에서는 원 원내대표가 22일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원 원내대표가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비대위를 이미 구성했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새누리 혁신모임’은 이날 오전부터 20대 총선 재선 이상 당선자를 대상으로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선임을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이들은 비대위 구성과 승인을 위한 전국위 개최를 취소하고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개최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오후에 원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서명에 동참한 의원들의 뜻을 전달했다.
문제는 반대의 목소리가 비박계 뿐만 아니라 친박계 일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그런 목소리, 의견차는 너무 당연하고 건강한 것”이라며 “더 좋은 합리적인 사람 있으면 그 사람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재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참패의) 책임이 있는 전 지도부가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해 놓고 나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지금 새롭게 당선된 당선인들이 총의를 모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선인 총회를 여는 게 더 시급하다”며 ‘새누리 혁신모임’에 힘을 실어줬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이유는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하게 되는 신임 원내대표 권한이 막강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대위 체제와 신임 원내대표 체제 아래 새로운 당 지도부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비대위의 방향과 결정에 따라 지도부 선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갈등이 격화되자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친박계와 비박계가 분점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야 협상을 원활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박계가 원내대표를 맡고, 친밀한 당청관계를 위해 친박계가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를 외부 인사로 수혈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이를 수습하고 국민들에게 화합하는 이미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부 인사로 당을 이끄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당내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 인사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을 잘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