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따라 이란 가는 건설사들 "수주고 확보 특명"

플랜트에서 인프라 위주로 수주 전략 변경
원활한 자금조달 위해 민간금융 참여 늘려야

입력 : 2016-04-20 오후 3:11:2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이란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의지가 굳건하다. 다음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과 맞물려 최대한 수주고를 확보하기 위한 전력 수립에 여념이 없다. 건설사들은 기존 플랜트 위주의 수주 방향을 인프라 시장으로 전향하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번 이란 방문이 올해 해외수주의 향방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수주고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될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전망이다. 경제제재 해제 이후 대규모 인프라 수요가 높은 이란 시장을 겨냥해 주요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이미 대형사를 중심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단체를 통해 신청을 마쳤으며, 이번 주 내로 이란 경제사절단 선정 결과과 발표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이란 수주물량을 늘리기 위해 영업 전략도 바꿨다. 과거에는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석유·화학플랜트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했지만 정부 차원 협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인프라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틀었다. 인프라 사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양국 정부 간 사업이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비교적 쉽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더 큰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대형사 관계자는 "이번 이란 방문이 침체된 해외건설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현재 이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다시 점검하고 현지 업체를 통해 인프라 사업 정보를 수집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중 이란 테헤란에 지사를 두거나, 둘 예정인 건설사는 대림산업(000210),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등이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도 지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고, 삼성물산(000830)은 상사부문 지사가 테헤란에 있다.
 
대형사 중에서는 이란시장 수주경험이 많은 현대건설(000720), 대우건설(047040), 대림산업(000210)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병원, 가스복합화력발전, 교량 등의 인프라 사업 수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이란 방문을 통해 1000실 규모의 시라즈 의대 병원 건립 프로젝트 수주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고 포스코대우(047050)가 의료장비를 조달하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은 총 사업비의 85%를 조달한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이란 민간종합건설 기업인 자한파스 그룹과 업무협력 합의각서 (HOA)를 체결, 이란 인프라 시장 참여를 위한 사전준비를 마쳤다. 이란에서 해외기업이 철도나 항만과 같은 인프라 공사를 따내기 위해서는 현지기업의 지분참여가 필수다. 대우건설의 경우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수주 시 파이낸싱 지원이 상대적으로 원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댐, 도로 등 토목분야 사업과 함께 과거 중단됐던 프로젝트 재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천연가스액화플랜트 건설사업(40억달러)'과 '이스파한 정유시설 증설 사업(20억달러)'을 수주한 바 있다. 지난 3월 주형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이란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대림산업은 이번 박 대통령 방문으로 중단됐던 사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란 등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정책금융과 함께 민간금융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이 나서서 해외수주 기업에 대한 자금투자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체 수주시장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라며 "민간금융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금융과 달리 민간금융은 투자실패에 따른 책임이 무겁기 때문에 대규모 해외투자에 인색한 측면이 있다"며 "인센티브 등 민간금융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유인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과 맞물려 이란에서 최대한 많은 수주고를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이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이 참여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 사업 현장의 모습. 사진/국토해양부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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