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에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취임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리더십이 빛이 바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회장이 지난 2014년 불거진 'KB 내분사태'의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안고 취임했으나, 지난해 갑작스러운 지주사 사장직 부활에 이어 은행 상임감사 인사 등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고위직 인사 때마다 잡음이 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정피아(정치인+마피아)' 인물을 상임감사에 내정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내정설 중심에 있는 신 전 정무비서관은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여론조사단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금융권 감사로 오는 것은 전형적인 낙하산이라는 지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여권 인사들이 금융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낙하산 내정설은 힘을 얻고 있다.
신 전 비서관의 내정설이 나오는 상임감사는 금융자산을 감독하고 금융사고 등을 예방 감시하는 중책으로 국민은행의 2인자로 불리는 자리다. 국민은행이 KB사태 이후 1년4개월간 공석으로 둘 만큼 인사가 쉽지 않은 자리였다는 점에서 이번 내정설의 후폭풍이 거세다.
KB사태는 2014년 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국민은행의 상임감사와 은행장이 은행 주전산서버 교체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지주자 회장을 비롯한 은행장, 상임감사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임감사 후보로 금감원 부원장 출신이 거론됐을 때만해도 내외부에서는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이번 내정설이 현실화된다면 내분사태 이후 조직이 더 나아졌다는 평가는 힘들지 않나"고 말했다.
이번 내정설이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겸 은행장의 리더십에서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의 M&A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인사에서만큼은 성과가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금융지주사 사장직 부활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윤 회장은 취임 당시 당분간 지주사 사장직 부활은 없다고 밝혔으나 1여년이 안돼 사장직을 부활, SGI서울보증에서 임기가 한참 남아있는 김옥찬 사장을 선임했다.
김옥찬 사장이 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낸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은 없었으나, SGI서울보증 사장 후임으로 전직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가면서 KB가 금융당국 고위직의 퇴직자리를 봐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후 올해 초 윤 회장은 임기가 모두 끝난 사외이사 전원을 유임시키면서도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이사회 연속성'을 이유로 꼽았다. 기존 지배구조 개선안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연임시켰지만, 이번 내정설로 이사회가 외풍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막 역할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사자인 국민은행과 청와대는 내정설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금융노조와 야당은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규탄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신 전 비서관은 금융과 관련한 경력이 전무한 인물”이라며 “이런 인사를 금융기관 감사로 앉히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은행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낙하산이 국민은행을 넘본다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브리핑을 통해 "이번 내정설은 대통령 측근에 대한 보은인사를 하려는 것이거나 관치금융 미련을 못 버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낙하산 인사는 불가하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규제산업이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았으나 얼마전에 홍역을 치른 KB에서 내정설이 불거진 것은 충격이다"며 "KB로서도 은행 노조와 야당이 나서는 것으로 입장을 대신하거나 함구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사진/뉴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