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건설업계가 자금조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 수주산업 부실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수주산업에 대한 금융권의 거부감이 높아진 탓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여파가 전 산업계로 확산되면서 금융권의 부담이 높아진 점도 건설업계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대산업(012630)개발이 1000억원 규모의 차환 발행에 성공한 이후 건설업계에 이렇다 할 회사채 발행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수주산업 회계투명화 방안 영향이 크다.
회사채 발행 시 증권신고서에 매출 비중 5% 이상 사업은 추가정보를 기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잠재적인 부실이 노출될 수 있고, 사업 진행에 따른 원가정보 등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대외비가 공개된다는 부담 때문이다.
아울러 건설을 비롯해 취약업종에 대한 부실규모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금융기관들의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진 영향도 있다.
특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건설업계의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파이낸싱 지원도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인은행의 부채비율은 각각 811%, 644%에 달했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 이하로 떨어졌다. 국책은행과 민간은행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도 건설주에 대한 비중을 낮춘 지 오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산업에 대한 부실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건설, 조선 등 수주산업 관련 주에 대한 비중이 많이 줄었다"며 "이란발 수주 기대 등 주로 이벤트성 호재에만 관심을 보이고 장기적인 투자는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금조달 창구가 줄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총선 이후 건설사들의 분양물량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중에는 사업장에 대한 보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분양일정을 뒤로 미루는 곳도 나오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등 기업의 정상적인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면서 더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제2금융권이나 사채쪽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대형사 몇 개 회사만 시장에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기본적인 자금조달 방법들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저금리에 따른 수혜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성이 좋은 일감은 갈수록 감소하는 데 금융비용 지출이 늘어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수주산업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자금조달 중요도가 높은 산업이라 자금조달이 안 되면 일감이 떨어져 자멸하게 된다"며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펀드를 신설해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