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한국제약협회가 리베이트 의혹 제약사들을 내부 공개하기로 강수를 두면서 제약업계에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오는 6월에 개최될 이사회에서 리베이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2~3개 제약사를 이사단(50여개사)에 공개할 예정이다.
리베이트는 제약업계에 뿌리깊은 관행이다. 리베이트가 유독 제약업계에 횡행하는 것은 의약품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의료진은 의약품 선택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환자는 의약품의 효능과 성분에 대해 지식이 부족하므로 의료진이 선택한 약을 그대로 처방받아 복용한다. '의약품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리베이트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제약사는 의료진에게 마케팅과 영업을 집중하게 된다.
복제약과 내수 중심의 국내 제약산업 생태도 요인이다. 약효가 동일한 복제약이 수십개가 쏟아지면서 업체 간에 과당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일부 제약사들은 자사 복제약의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뿌린다. 리베이트 수법은 다양하다.
제약 영업사원은 "처방액에 10~30%를 현금으로 제공한다"며 "신제품에는 '100대 100', '100대 200', '100대 300'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계약 조건에 따라 의료진이 매달 1000만원어치 약을 사용하면 제약사는 매달 10~30%인 100만~300만원을 제공한다. 신제품에 한두달 전폭적으로 리베이트를 뿌리기도 한다. 100대 100, 100대 200, 100대 300은 제약업계 은어다. 처방액에 1배, 2배, 3배를 현금으로 주겠다는 의미다. 초반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법이다.
제약사는 동시다발적으로 수십에서 수백개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한번에 총 300억원대 리베이트를 뿌리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득이 더 많다.
보통 제약업계에선 연 매출 100억원대 이상을 복제약 대형제품으로 꼽는다. 한번 상위권에 오른 제품은 10년 간 장기집권을 하기도 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병세에 변화가 없는 이상 한번 사용한 의약품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처방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비용이 사용되지만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리베이트 엄벌책을 시행하고 업계 스스로가 클린영업으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리베이트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며 "협회의 명단 공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열린 한국제약협회 3차 이사회 장면.(사진제공=협회)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