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배우로서 흥행 시험대에 오른다.
수지는 오는 7월 방송되는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 출연한다.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사연 때문에 헤어졌던 남녀가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수지는 비굴하고 속물적인 다큐멘터리 PD 노을 역을 연기한다. 배우 김우빈이 톱스타 신준영 역을 맡아 수지와 주연 호흡을 맞춘다.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 출연하는 미쓰에이 수지. (사진=뉴스1)
'함부로 애틋하게'는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도리화가' 이후 수지의 첫 출연작이다. '도리화가'는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의 스승 신재효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류승룡과 수지의 주연 호흡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수지는 진채선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약 1년 동안 판소리를 배웠으며, 시대의 금기에 맞서는 이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흥행 면에서는 쓴 맛을 봤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도리화가'는 3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9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도리화가'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약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야 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4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이후 이승기와 함께 출연한 드라마 '구가의 서'로 성공을 거두는 등 배우로서 승승장구해왔던 수지가 처음 맛본 실패였다.
수지로서는 '함부로 애틋하게'를 통해 자신의 흥행 파워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입장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함부로 애틋하게'는 KBS 내부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받고 있는 드라마다. 아이돌 스타 수지와 한류스타 김우빈이 함께 출연하다는 점에서 지난 14일 종영한 '태양의 후예'의 뒤를 이어 안방극장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만한 가능성이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태양의 후예'와 마찬가지로 100% 사전 제작된다는 점과 스타 작가가 대본 집필을 맡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대본을 쓴 이경희 작가는 '이 죽일놈의 사랑',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의 히트작을 내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함부로 애틋하게'를 통해 수지가 던지는 승부수는 '변신'이다. 수지는 기존 드라마, 영화에서 선보였던 맑고 청순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매력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수지가 맡은 노을 역은 돈 앞에서는 정의감도 없고, 강자 앞에서 한없이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연기 변신에 도전한 수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흥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력보다는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외모로 인기몰이를 해온 수지의 입장에서는 배우로서의 경쟁력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수지의 '함부로 애틋하게' 출연이 아이돌 트로이카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현재 수지는 걸스데이 혜리, AOA 설현과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다.
'도리화가'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수지가 주춤하는 사이 혜리와 설현은 맹활약을 펼치며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지난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혜리는 현재 SBS 드라마 '딴따라'에 출연 중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지성과 인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혜리가 연기자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설현은 광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4월 광고모델 브랜드 평판지수에 따르면 설현은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 송혜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수지가 '함부로 애틋하게'를 통해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쥐느냐에 따라 수지, 혜리, 설현 사이의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릴 수도 있다.
한편 수지는 '함부로 애틋하게'를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이 드라마는 미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세계 각국의 동영상 사이트와 TV 채널을 통해 동시 방송될 예정이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