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 부족' 신지은, 이번엔 승부사 기질 뽐내다

131전 132기 끝에 거둔 달콤한 열매

입력 : 2016-05-02 오전 11:59:34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매번 '뒷심 부족'에 울었던 신지은(한화)이 숨겨왔던 승부사 기질을 뽐내며 마침내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그간 아쉬웠던 기억을 모두 훌훌 털어버렸다.
 
신지은은 2일(한국시간) 텍사스 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 컨트리클럽(파71·6462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노스 텍사스 슛아웃(총상금 130만달러·약 14억8200만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으며 4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친 신지은은 허미정(하나금융그룹), 양희영(피엔에스), 제리나 필러(미국)로 구성된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제치고 감격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2011년 LPGA 무대에 데뷔한 신지은은 지금까지 2012년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간 톱10을 20회나 들며 꾸준한 기록을 냈지만 부족한 우승 경험 탓에 막판 다른 선수보다 뒷심이 부족한 게 흠이었다. 손에 잡힐 듯했지만 매번 우승은 쉽게 따라오지 않았다.
 
준우승을 차지한 2012년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만 해도 그랬다.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맞은 신지은은 4라운드 17번 홀까지 2위 그룹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렸다. 마지막 18번 홀(파4)만 잘 막으며 우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로 경기가 연기되는 변수 속에 신지은은 마지막 홀에서 통한의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연장 승부를 허용했다. 지나친 부담이 낳은 결과였다. 이후 신지은은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안젤라 스탠퍼드(미국)에게 우승을 내줬다.
 
올 시즌도 뒷심 부족은 여전했다. 신지은은 지난 3월 열린 LPGA 투어 KIA 클래식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3라운드 1타를 줄이는 데 그치며 공동 2위로 밀려난 신지은은 4라운드에서도 반전을 꾀하지 못하며 공동 4위에 머물렀다. 지난 2월 열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도 마찬가지 흐름이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에 달린 신지은은 마지막 4라운드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부진 속에 공동 9위에 그쳤다.
 
이날만큼은 달랐다. 선두 필러에게 4타 뒤진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맞은 신지은은 차분히 경기를 풀었다. 2번 홀(파4)과 3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를 탄 신지은은 5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기록하며 전반에만 보기 없이 3타를 줄였다. 후반에서도 신지은의 플레이는 빈틈이 없었다. 10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이 사이 필러가 부진에 빠진 틈을 타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신지은은 홀마다 보기 없이 파로 마무리했다.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은 승부사 기질이 돋보였다.
 
신지은은 LPGA 무대 132번째 출전 만에 일을 냈다. 131전 132기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간 수없이 정상 문턱을 코앞에 두고 무너졌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이후 계속 정상에 도전한 신지은은 마침내 그간 자신을 막아왔던 벽을 완전히 뚫어 버렸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기 마련이지만 올 시즌 한국 선수론 다섯 번째로 LPGA 정상에 오른 신지은의 우승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감동적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신지은이 2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노스 텍사스 슛아웃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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