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정운호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네이처리퍼블릭까지 번지고 있다. 정 대표가 각종 로비자금으로 회사자금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지난 3일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와 관할 세무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4일 “네이처리퍼블릭 자금이 정 대표의 변호사 수임료나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정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에도 회사 자금이나 관계자들이 동원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대표는 마카오나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 카지노에서 원정도박을 하면서 조직폭력배로부터 빌린 수십억원을 한국으로 돌아와 ‘환치기’ 조직원에게 도박자금을 지급해 마카오 등지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는 수사기관의 원정도박 단속을 피하기 위해 네이처리퍼블릭과 에스케이월드 등의 보유자금을 이용해 도박빚 정산대금을 세탁했다. 에스케이월드는 2009년 7월 정 대표가 서울도시철도공사 해피존사업 입찰참여 등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검찰 관계자는 “작년 사건은 정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를 했기 때문에 기업수사로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 측면의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대표의 개인 계좌와 수사 선상에 오른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계좌, 네이처리퍼블릭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서울변호사회와 서울지방국세청, 관할세무서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돈의 흐름을 맞춰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일단 확인된 수임료 50억원 외에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사 수임료, 입점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된 금액 등을 고려할 때 막대한 자금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자금 출처로 네이처리퍼블릭을 의심하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가변성은 있지만 정 대표가 회사자금을 로비자금 등으로 동원했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확인되면 정 대표는 횡령 또는 배임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회사 내에 공범이 추가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방위수사사업부(부장 박찬호)는 지난 3일 긴급 체포된 브로커 한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중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씨는 정 대표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고 롯데면세점에 입점을 도와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의혹과 각종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네이처리퍼블릭 본사를 압수수색 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