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기관에 서둘러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성과연봉제 평가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외 회사의 평가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9개 금융 공기관으로 확대·적용한다는 방침이 나오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 기업이 지닌 특성과 문화, 역사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다른 회사의 평가 방식을 벤치마킹하다가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제3차 금융공공기관 간담회' 자리에서 제시한 고객 만족 평가방식과 승진정책이 금융공기관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마다 노사 관계가 다르고 문화도 상이한 데, 그 차이를 무시하고 금융공기관에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금융위가 전 금융 공기관에 이식하겠다고 밝힌 고객 만족 평가방식은 영국 금융회사에서 벤치마킹한 것이고, 교육훈련 이수 후 승진 결정을 내리는 '직무 인증제'는 농협은행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임종룡 위원장 주재로 제3차 금융공공기관
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
특히, 금융위가 질적 성장 요소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내놓은 '고객만족도' 평가가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객의 만족도로 직원들을 평가하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공기업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고객만족도 평가는 기본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일을 하다 보면 공공성과 리크스 회피를 위해 고객의 뜻을 거슬러야 할 때가 있는데, 이런 업무를 보는 직원은 낮은 점수를 받으란 얘기냐"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일을 잘하고 못 하고가 고객에게 달렸다면 업무 자체에 대한 성과 보다는 고객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고객에게 무조건 호의적으로 해주는 직원을 고성과자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객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 자체는 선진국에서 이미 하고 있는 방식인데, 모든 업무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인사 방식을 벤치마킹한 '직무 인증제도'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노조와 아무런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인사체계를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오치화 금융산업노동조합 부장은 "제네럴모터스(GM)등 해외 기업만 봐도 공정한 평가 자체가 어려워 성과제 도입에 실패한 사례가 수두룩하다"며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장기간 동안 토론으로 풀어야지 졸속으로 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성과제 논의에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 만족도란게 본부에선 내부 고객 만족도를 뜻하고 외부에서는 실질적인 수요자들의 만족도를 말한다"며 "우리는 금융 공기업에 방향성만 제시할 뿐, 최종 결정은 노사가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