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를 별도로 구성하기로 하면서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할 수 있는 로드맵이 완성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친박계 2선 후퇴론’에 대해 ‘친박=책임’ 등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친박계에 힘을 실어줬다. 친박계는 곧 바로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정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가 당내 70~80명 정도 되나? 그 사람들한테 다 책임이 있나? 친박 지도급 인사는 책임이 있을지 몰라도 이른바 친박으로 분류되는 사람까지 무슨 책임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차기 전당대회에 친박계 주자들이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대해 “그건 친박계 전체를 책임론으로 등식화시키는 게 아닌가. ‘친박=책임’ 이런 식의 등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당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정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들과 예정에 없던 티타임을 갖고 이같이 주장한 이유는 전날 ‘비대위+혁신위’ 구성 결정에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마누라 빼고 다 바꿀 수도 있다”며 파격적인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와 혁신위를 별도로 만든다는 결정은 그동안 친박계가 주장해 왔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혁신위는 혁신안만 만들 뿐, 전당대회는 비대위원장을 겸하는 정 원내대표가 준비한다. 혁신위의 인적 구성도 정 원내대표가 정한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당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권 장악 로드맵이 완성되면서 친박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정현 의원과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홍문종 의원 등은 이날 각각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전당대회는 물론 ‘비대위+혁신위’ 구성과 관련해 이런저런 화두를 던졌다.
이 의원은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어차피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두 달 동안 가동될 것이라면 그다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전당대회 시기를) 더 당겼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 “4선 의원이 된 데다 사무총장도 지냈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 방침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제일 좋은 방안 중 하나”라며 평가했다.
현기환(왼쪽)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국회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