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이 여론으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랐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비롯해 수 없이 많은 미디어를 통해 잘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랐던 점이 많은 대중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데뷔 후 비교적 무리 없이 승승장구 해왔던 AOA인 만큼 이번 논란은 가장 큰 이미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현과 지민은 컴백을 앞두고 있는 AOA는 홍보를 위해 기획된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채널 AOA'에서 국내외 위인 및 유명인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는 역사 퀴즈를 풀었다. 이순신과 유관순, 김구, 링컨 등 역사적 인물을 비롯해 박지성, 반기문, 이세돌 등 현재의 유명인사 얼굴도 문제에 있었다. 두 사람은 김구와 링컨, 신사임당은 쉽게 맞췄지만 안중근에서 가로막혔다. 제작진은 '이토 히로부미'라는 힌트를 줬지만, 두 사람은 안중근을 알아맞히지 못했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겨우 답을 얻었다. 이러한 장면이 편집 없이 전파를 탔고, 설현과 지민은 방송 후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대중의 비난이 일파만파 번지자 설현과 지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를 전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무지에 대해 반성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역사관을 갖겠다고 밝혔다.
비록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 의사에 대해 무지했던 부분은 실망스럽지만, 역사의식의 부재는 비단 이들 둘 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앞서 연예인들의 역사의식 부재는 숱한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일본 방송에 출연한 조혜련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를 따라 불렀고, JTBC '비정상회담' 제작진은 일본인 패널 타케다 히로미츠가 출연할 때 배경음악으로 기미가요를 사용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 외에 예능인 정찬우, 빅뱅의 탑은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방송에 나왔다가 비난을 받았다.
역사의식의 부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문제다. 영국의 록밴드 뮤즈는 욱일승천기를 뮤직비디오에 삽입했고,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겸 가수 에릭 클랩튼은 일본 도쿄 공연을 기념하기 위한 콘서트 포스터에 욱일승천기를 사용했다가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됐던 연예인들은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설현과 지민을 양산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춤과 노래 등 자신의 분야에 더 집중해야 하는 연예인보다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의 역사의식을 더욱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진보적인 역사학자로 불리는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연예인의 무지보다 청문회에 나와 5.16이 군사정변이었다는 답변을 못하고 얼버무리는 공직자들이 더 한심하게 느껴진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및 장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역사 시험을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라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글을 남겼다.
지민과 설현은 이번 논란을 통해 앞으로 역사관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가수가 되겠다고 반성했다. 이제는 비난보다 이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는 데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해주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예인들을 향한 가혹한 비판을, 역사의식의 부재가 곳곳에서 발생하는데도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려는 정부나 공직자들에게 쏟아야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