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중국의 저가 공세로 세계 산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중국이 내수 침체로 소화하지 못한 물량들을 값싸게 외부로 밀어내면서 글로벌 산업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는 추세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은 구조조정 및 원가절감 등 기업 자구 노력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대응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미국과 호주, 양국 정상은 최근 철강 공급과잉 문제를 논의하고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중국의 덤핑 판매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유럽의회는 중국이 정부 보조금 등으로 가격 체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며, 보다 강력한 반덤핑 규제를 추진하고 나섰다. 일본은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경영난에 처한 신일철주금과 닛신제강이 합병을 결정하기도 했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한국도 태풍 전야다. 정부는 오는 26일 기업구조조정협의체를 열어 부실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들 업계를 짓누르는 이슈도 중국발 경쟁심화다. 원경희 거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도 세계에서 100척 넘게 발주됐지만 중국이 그 물량을 다 가져갔다”며 “최근엔 이란 수주에 뛰어들었지만, 선수금을 미뤄주는 등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수요가 부진하자 외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공세의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최근 중국의 모듈 업체들이 중국 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 등에서 더 많은 주문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 가격 인하에 나섰다.
산업연구원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기실태를 조사(230개 기업)한 바에 따르면, 1분기 시황에 대한 경기실사지수(75)가 기준치(100)를 크게 하회했다. 전분기(87)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하며 어려워진 여건을 입증했다. 또 해외경제연구소가 수출기업들(453개)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 기계, 선박 등 대다수 업계는 1분기에 중국의 저가 공세를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김윤지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기전자 등은 중국의 저가공세로 힘들다는 답변이 지속 높은 비율을 보여왔다”며 “특히 그동안 수출 대상국 경기회복 둔화가 많이 지목됐는데, 올 들어서는 중국의 저가공세에 대한 응답률이 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경쟁 심화에 따른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산업계는 신규 증설을 자제하거나 원가절감 및 제품 차별화 등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SUHD TV 또는 OLED TV 등 고가 제품 비중을 늘리는 것도 중국과의 차별화에 따른 전략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원가절감 효과도 나타난다. 시장조사기관 윗츠뷰는 “한국 업체들이 원가절감이 가능한 LCD 생산 신기술(GOA) 적용에 앞서 가고 있다”며 “한국 업체들이 65인치 패널 이하 모든 제품에 GOA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대만과 중국 업체들은 올 하반기에야 32인치, 40인치, 50인치 등의 패널 양산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