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개인적 감정에서 제자를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따돌림 당하도록 괴롭힌 초등학교 여교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남모(55·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인 남씨는 2013년 4월 학생 체험학습 행사에 학생들 참여를 독려하면서 자신의 반 A양 외삼촌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언쟁을 벌였다. 그때부터 남씨는 A양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A양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다른 교사로부터 전해 들은 A양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가지고 A양이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취지로 친구들이 있는 교실에서 "너 큰일났다. 불리한 상황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A양이 친구 돈을 빼앗은 것으로 의심하고 같은 반 학생들에게 "A에게 빌려준 돈을 못 받은 사람은 써 내라"고 한 뒤 700원을 못 받았다는 학생이 나오자 A양을 교실 제일 뒷자리에 2~3주간 혼자 앉혀 놓기도 했다.
또 A양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A가 나쁜짓을 하고 다닌다. 같이 놀지 못하게 하라"고 말하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A와 놀지 말아라. 투명인간 취급해라"면서 A양을 따돌리게 했다. 심지어는 A양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친하게 지내자며 보낸 편지를 빼앗은 뒤 "편지 받은 사람 손들어 봐라. 친구로 얼마나 오래가는지 보자"라며 A양에게 스스로 편지를 찢게 하고 A양이 화장실 갈 때는 학생을 시켜 감시하는 등 정신적으로 학대했다.
남씨는 이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A양에게 한 일을 모두 부인하거나 교권 범위 안에서 정당한 훈육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남씨의 범행은 평소 감정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보일 뿐, 어떠한 훈육이나 훈계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선생은 영원한 영향력을 안겨주는 사람이다. 그 자신도 그의 영향력이 어디쯤 가서 멈출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헨리 아담스(Henry Adams)의 말을 인용한 뒤 "초등학교 교사인 남씨로서는 어린 A양을 보듬고 마음을 헤아려보는 관용을 보여주었어야 했음에도, 심지어는 같은 학급의 다른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까지 면박을 주는 발언과 행동으로 피해자에게 매우 좋지 않은 정서적 영향을 주었다"며 "자아를 형성하는 나이에 있는 A양이 받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범행의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에 남씨는 무죄를, 검사는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쌍방이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으나 모두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