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질권설정된 전세보증금 반환받아도 배임죄 안돼" 첫 판결

"질권설정 승낙 받았다면 임대인에게 권리행사해야"

입력 : 2016-05-08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전세보증금을 대출받은 뒤 대출자에게 반환 받을 보증금에 대해 권리질권을 설정해주고 임대인의 승낙을 받아 질권설정승낙서를 교부했다면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아 대출금을 받지 않고 소비했더라도 배임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근질권이 설정된 전세보증금을 받아 소비한 혐의(배임)로 기소된 박모(3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대인이 질권설정승낙서를 작성해 피해자에게 교부하고 전세보증금에 대한 질권설정을 승낙했다면 전세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근질권자인 피해자는 대항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임대인이 피해자 동의 없이 피고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피해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는 여전히 임대인에게 질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결국 질권설정자인 피고인이 질권의 목적인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해서 질권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해 피해자에게 어떤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이와는 달리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117월 김모씨로부터 경기 용인시에 있는 주택을 전세보증금 16000만원에 임대기간 2년으로 임대하면서 효성캐피탈로부터 전세보증금 12000만원을 대출받고 그 담보로 김씨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 전부에 대해 권리질권을 설정해줬다.

 

이후 박씨는 대출금 중 2500만원을 갚고 임대기간 만료 즈음인 20137월 김씨로부터 이사를 나가겠다고 한 뒤 전세보증금을 12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이에 효성캐피탈이 박씨를 배임죄로 고소해 박씨가 배임죄로 기소됐다.

 

1, 2심은 권리질권설정자인 박씨는 형법상 배임죄 대상자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질권대상인 전세보증금을 자신이 반환받음으로써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리질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질권행사의 비용,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 전부를 담보하는 것이고 피담보채권액이 질권의 대상이 되는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액수보다 적은 때에도 질권의 효력은 전세보증금반환채권 전부에 미친다고 밝혔다. 이에 박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