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사물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대화가 가능한 이른바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IoT 시장은 규모가 전년 대비 28% 성장한 4조8125억원을 기록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IoT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전략을 수립하고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여기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IoT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워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이동통신 3사는 각종 IoT 규격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다양한 IoT 분야 가운데 하나인 홈 IoT는 소비자들이 편리한 가정 생활이 가능하게 만들면서 각종 서비스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이러한 상황에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행보로 IoT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KT(030200)의 김석준 상무를 만나봤다.
김석준 KT 상무.사진/KT
사물인터넷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개념에 대해서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
IoT는 인터넷 of Things의 약자이다.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이 Things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IoT는 제한적으로 사용했을 뿐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인터넷이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기계와 사람이 통신을 하게 되고, 나아가 기계와 기계가 통신을 하면서 만들어나가는 세상이 IoT라 볼 수 있다.
KT가 바라보는 IoT 시장은 어떤 형태인가.
KT가 IoT 시장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는 항상 고민이다. 다만, 통신사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인프라 측면에서 접근하려 한다. 과거 IoT의 전단계로 M2M(Machine to Machine)이 존재했다. 기계와 기계간에 이뤄지는 통신으로 KT는 이 분야에 대해서도 대응을 해왔다. IoT라는 것이 M2M에서 변화되고 조금 더 연결성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IoT는 하나의 정형화 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IoT 형태 가운데 KT가 집중하는 것은 어디인가.
큰 방향성은 2가지이다. 산업(industrial) IoT와 홈 IoT이다. 이 가운데 최근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홈 IoT는 아직 수익성이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여전히 홈 IoT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 IoT는 M2M이 더 진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량과 아파트 단지가 IoT로 결합돼 주차장을 자동으로 안내한다든지, 주차장에서 나올 때 자동으로 요금을 지불하는 경우 등이 산업 IoT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홈 IoT에 대한 대응이 경쟁사에 비해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T도 꾸준히 IoT 관련 서비스들을 연구해 왔지만 시장에서는 IoT 대응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KT는 기가 IoT 얼라이언스를 통해 IoT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회사들과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 산업 IoT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IoT 대응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더딘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홈 IoT에 관심이 높은 고객들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해 관련 서비스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올해 3월 KT의 IoT 기술을 알리기 위해 각종 간담회를 열고 헬스테인먼트라는 개념 아래 헬스바이크, 헬스밴드 등을 출시했다. 특히 KT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고민을 했다. KT는 인터넷(IP)TV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사업자이니 이와 결합된 IoT 서비스를 선보이려 했다.
산업 IoT에 대해서도 소홀할 수는 없지 않나.
당연하다. 홈 IoT의 경우 가정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더 크게 봐서는 IoT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산업 IoT가 강조돼야 한다. 이를 위해 KT는 롱텀에볼루션(LTE)-M에 집중했다. LTE-M이란 소물인터넷에 특화된 글로벌 표준 네트워크 기술로 기존 LTE 네트워크를 재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경쟁 기술인 로라(LoRa)에 비해 단점도 있지만 커버리지나 안정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경쟁사에서는 로라와 LTE-M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로라와 LTE-M은 서로의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KT는 통신영역과 가까운 LTE-M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로라는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로라는 속도가 느리고 용량이 작은 서비스에 적용하기 좋아 이용자들이 하루에 사용하는 데이터양이 적어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 사용이 수시로 필요한 이용자에게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KT는 아직 로라의 영역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일단은 LTE-M에서 KT가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그 다음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소물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IoT에는 작은 사물들도 포함돼 있다. 소물인터넷이란 전력 소모량과 사용 데이터량이 현재까지 나온 IoT 기기보다 적은 수준이지만 다른 일반 IoT 기기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연결) 사물의 대상이 하나하나 확산해 나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
모델들이 KT의 기가 IoT 헬스 골프퍼팅과 기가 IoT 헬스 체중계를 소개하고 있다.사진/KT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사업자가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IoT 시장은 내부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봐야 한다. 미국, 아시아, 유럽 등 IoT 시장을 크게 보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KT는 우선 중국을 보고 있다. 중국은 생산비가 싸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기가 IoT 얼라이언스 회원사들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
중국은 제조업이 강하다. 가격도 싸지만 최근에는 품질까지 갖췄다. 중국에서 싸게 디바이스를 만들어 한국에 다시 가져올 생각이다. 이제 한국과 중국을 하나의 사장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맞다. 중국에서는 하드웨어로 승부를 볼 수 없다. 다만 소프트웨어가 아직은 약해 승산이 있다. 우리가 가진 솔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디바이스 생산은 중국에서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가령 중국에서 디바이스 100만개를 생산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생산 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 이를 역으로 한국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KT가 IoT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하는 일은 무엇인가.
IoT 생태계를 구축하고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KT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국민기업의 사명이기도 하다. KT는 제조나 연구 분야에 강하지는 않지만 솔루션 분야에서는 강점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파트너사들과 IoT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스타트업이나 IoT 관련 중소기업을 위해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IoT 관련 테스트베드는 판교에 있다. 다른 기업들이 쉽게 테스트베드를 찾아오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특이 일주일에 한번은 미니 워크숍을 진행한다. 기가 IoT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이 약 340개에 이르고 있는데, 워크숍 전에 회원사에 메일을 보내 분야별로 아이디어 회의를 제안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도 생긴다. 모임은 KT가 주도하지만 워크숍에 모인 기업들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해 연결하는 경우도 생긴다. 회원사들과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 좋은 결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