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금융권 노사 대표가 올해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했다.
27개 금융사와 금융노조 대표자들이 23일 은행연합회에서 만나 산별중앙교섭위원 상견례와 1차 교섭를 벌였지만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만 재확인했다.
이날 교섭은 지난 3월 7개 금융공공기관이 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한 이후 첫 자리였다.
노조는 그간 탈퇴한 금융사를 포함한 산별교섭을 주장했고 사측은 이를 거부하며 지난달 열린 4차례 산별교섭이 파행이 지속된 상황이어서 이날 교섭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우선 사용자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 등으로 갈등을 빚었지만 첫 상견례에 비중을 두는 모양새였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그간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노사가 이해관계를 떠나 사회 요구를 수렴하는 사례를 만들어왔다"며 "저수익, 고비용 시장상황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노사가 한발 물러서 타협하는 모습을 서로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영구 회장은 "노조도 알다시피 우리(사측)의 상황도 힘들다"며 "이를 같이 타협해나가길 바란다"며 사측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금융노조도 대리 참석한 대표자들에 불만을 드러냈으며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한 비난 수위도 높였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27개 금융사 노사 대표들의 첫 모임인데도 대리출석이 많다"며 "여기 오신 대표들이 시간이 많아서 오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산별교섭이 파행을 지속하면 1년 12달 노사 모두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측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당국에 눈치보지 말고 이번 만남을 계기로 성실한 교섭에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산별중앙교섭 2시간 전에 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한 7개 금융공공기관과 노조 간의 교섭은 사측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결국 금융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기존 방향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1시간 정도 이뤄진 산별중앙교섭의 겉 모양새는 화기애애한 상황에서 마무리됐다. 다음달 12일 2차 산별교섭을 하기로 합의하고 그간 노사 실무자 간 협의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화를 잘 이끌어내자며 속내는 감춘 채 웃는 모습처럼 보여 찜찜하고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아직 유의미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왠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사측은 금융당국이 원하는 일방적인 성과연봉제만을 추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노조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합의된 결과물을 내는 것이다. 이날 노사 간 첫 교섭이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