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산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사퇴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금융위가 금융공기관의 노사관계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공기관 내부에서는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논란 때문이다. 임 위원장의 사퇴론은 정치권까지 번지며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융노조는 전날부터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반대 금융위원회 규탄 집회'를 열고 금융위와 사측에 불법적인 성과연봉제 강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임종룡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금융노조 측은 "(정부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멈추지 않을 경우 9월 총파업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계속해서 2차, 3차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 등에서는 금융위가 금융공기관의 노사 관계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공기관들이 사용자협의회에서 줄줄이 탈퇴한 것도 주무기관인 금융위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관은 산별 교섭을 통해 금융노조와 합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지난 4월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개별 협상으로 합의를 보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불법 개입 의혹에 불을 붙였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노사간의 성실 교섭을 권고하고 있는데 금융당국과 금융공기관이 교섭 자체에 나서지 않거나 교섭 단체를 탈퇴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앙노동위원회 지난 16일 금융노조(노측)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측)에 성실하게 교섭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권고했다. 이는 금융노조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교섭을 거부해 노동쟁의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제기한 데 따른 판결이다.
최근 9개 금융공기관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성과연봉제를 논란 속에 가까스로 도입했지만 다른 기관으로 확산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 두 기관도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처리 했기 때문에 불씨는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도 1대 1면담을 통해 동의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까지 나서며 금융위의 성과연봉제 강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노동권을 짓밟는 성과연봉제 도입 강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임종룡 위원장은 불법 노사관계 개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이달 초 금융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초법, 불법적 행위를 동원해 그런 식으로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 인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연대 투쟁에 나서는 등 적극 나서겠다고 거들었다.
이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1일 금융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가 있다면 진상조사단을 파견해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금융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불법·인권유린 규탄 및 금융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대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금융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