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살보험금 '제재' or '배임'

당국 "지급 미루면 제재" 압박…업계 "제재 감수, 판결 기다려"

입력 : 2016-05-24 오후 4:09:49
[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도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은 제재와 배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면 금감원의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이고 금감원에 지시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면 경영진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무조건 지급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가 주장하는 업무상배임죄에 대해 이번 경우는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사들이 지급을 미루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더욱이 금감원은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룬다면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법원의 최종판결을 지켜본 뒤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경영진이 업무상배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쟁점이 되는 배임은 대법원이 소멸시효를 인정하고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 건에 대해서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판결 이전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생보사는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배임죄의 경우 민사와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민사의 경우 임원 배상책임보험이나 담당자의 보상 등 금전적인 해결이 가능하지만 형사 사건의 경우 누군가 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보험사는 배임 문제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성재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 국장은 "자살한 고객에 대해 3억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1억원을 지급한 보험사가 나머지 2억원을 고객에게 지급한다고 해서 배임죄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휴면보험금과 사례를 보면 절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휴면보험금의 예를 들어 배임이 아니라는 금감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만약 대법원이 보험사의 소멸시효를 인정해 지급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할 경우 판결 전에 지급한 건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보고있다.
 
변호사 A 씨는 "만약 지급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날 경우 판결 전에 보험금을 지급한 건은 배임죄가 성립되는 게 맞다"며 "휴면보험금은 보험료율에 해지 환급금이 명확히 반영돼 있지만, 자살보험금은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금이 요율에 포함되지 않은 단순 약관의 실수기 때문이 이 둘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제재보다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배임죄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제재를 감수하더라도 소멸시효의 최종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가 23일 브리핑을 열고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행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금감원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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